여름이 수상하다
여름이 수상하다
  • 연숙자 기자
  • 승인 2009.08.02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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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연숙자 <교육·문화부장>
8월이 시작되며 본격적인 휴가철을 맞이했다. 무더위를 피해 바다로, 계곡으로 인파가 몰려든다. 여기저기서 교통체증 소식이 이어지며 더위 속 짜증을 부채질한다. 늘 벌어지는 여름철 휴가풍경은 올해도 별반 다르지 않다.

그럼에도 여름이 수상하다. 잦은 비가 한 달 이상 내리고 날씨는 가을 같다. 밤기온은 뚝 떨어져 선선하다. 그런가 하면 8월에 한창인 연꽃은 이미 지고 없다. 우기로 인한 낙화라지만 연꽃도 철을 잃었다.

장마철 한때를 기다려 산란하는 맹꽁이도 7월 중순 이후 산란의 기미를 찾기 힘들다. 개체수에 비한다면 산란은 턱없이 적게 진행된 듯싶다. 피부로 감지되는 자연의 변화는 확연하다. 그래서 환경에 대해 관심있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요즘 날이 이상하지'하는 말이 자주 오간다.

이러한 생태계 변화를 두고 윤달을 거론하는 이도 있지만 급속히 전개되고 있는 기후변화는 우려의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사계절이 뚜렷한 한국의 자연 법칙도 온난화로 인해 서서히 무너지고 있음이다.

수상하기는 시국도 마찬가지다. 언론법을 막무가내로 통과시켜 놓고 이를 주도하고 있는 정부나 한나라당은 민생을 내세우며 여론을 희석시키고 있다. 하지만 통과된 언론법을 보면 민중의 지팡이인 언론을 돈줄로 틀어잡겠다는 의구심을 상쇄시키지 못하고 있다.

또한 다양한 목소리를 담기보다 여론몰이가 가능한 언론구조를 야기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정치적 악용 우려도 언론법무효를 주장하게 만들고 있다.

그런가 하면 시국선언에 동참한 교사 색출작업이 한창이다. 교육청이 주축이 되어 동명이인 교사를 리스트에 올려놓고 당사자를 파악 중이란다. 공무원은 정치적 색깔을 띠면 안된다는 전제 속에 진행되고 있는 이번 조사는 결국 인권침해와 표현의 위축이란 비난에도 불이익 조치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쌍용자동차 노조 사태는 우리나라의 사회의 현주소가 어딘가를 고민하게 만들며 암담함을 느끼게 한다. 노사 양측의 팽팽한 견해차는 둘째치고라도 현장에서 벌어지는 비인간적 작태는 분노를 금할 길 없다. 파업행위를 불법으로 간주해 현장에 단수조치는 물론이고 부상자에게 의료행위조차 금하고 있는 정부의 태도는 최소한의 양보도 포기한 듯싶다. 가진 자의 너그러움이나 미덕도 없다.

이 삭막한 현장을 보며 국민들이 느껴야하는 불안과 불신을 권력자들은 어떻게 극복하겠다는 건지 알 수 없다. 각박한 경제 상황을 핑계로 소수의 의견을 무시하면서도 표면에는 민생을 앞세우는 이중적 태도를 보며 실망감을 감출 수 없다.

지금은 먹고살기에 급급했던 시대가 아니다. 살기 위해 버렸던 것들을 조금씩 되돌리며 참삶을 생각하고 지향해 나가야 할 시기다. 그러기 위해선 다양한 목소리가 분출되고 다양한 형태의 삶들을 인정하며 함께 가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고 본다. 공동체 속에서 더불어 행복한 삶을 꿈꾸는 것도 '우리'가 되어야 하는 이유다.

이번 주부터는 폭염이란다. 그렇다고 여름이 정상적으로 작동되고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오히려 오존층 파괴로 더 뜨거운 여름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그래도 우리의 저력은 수상한 여름의 뜨거움도 극복할 수 있다는 믿음에 한가닥 희망을 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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