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가 나서라
지자체가 나서라
  • 연숙자 기자
  • 승인 2009.03.29 21: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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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연숙자 교육문화부장

세종이 치료차 머물렀던 초정행궁 복원을 두고 지난 27일 초정에서 학술세미나가 열렸다. 초정 개발과 관련된 학술 주제였던 만큼 초정 주민들의 관심은 무엇보다 컸다. 바쁜 농사철임에도 좌석은 현지 주민들로 가득 메워졌다. 그리고 3시간이 넘게 진행된 발제와 토론이었지만 행사가 끝날 때까지 주민들은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그만큼 지역 발전에 큰 기대를 하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보여줬다.

지역 농민들의 기대 못지 않게 발제자나 토론자 역시 초정개발에 대한 논의로 뜨거웠다. 행궁복원이란 일차적 문제에서부터 세종과 한글, 광천수 등 역학관계를 풀어내며 산업개발 전략으로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또 다양한 소프트웨어를 담을 수 있는 행궁복원 방안은 초정의 개발 가치를 높여주는 코드라는 점에서 참신했다. 이처럼 각 분야 전문가들이 구체화된 지역발전방향을 제안한 이번 세미나는 여러 모로 시사하는 바가 컸다.

그럼에도 이번 행사에 드는 아쉬움도 적지않다. 초정행궁 복원이나 문화산업 개발에 대한 현장의 뜨거운 열의에 반해 지방자치단체의 반응은 무덤덤하다는 점이다. 행궁지에 대한 논란으로 사업개발은 추진조차 하지 못한 채 발목이 잡혀 있다. 훌륭한 문화자원을 십분 활용해도 모자랄 판에 그냥 바라만 보고 있는 꼴이다. 이는 청원군이나 충청북도나 마찬가지다.

문화가 산업인 시대다. 각 지자체는 어느 분야를 막론하고 지역의 문화콘텐츠를 찾아 나서고 있다. 작은 역사적 사료나 전설이라도 들춰내 이를 지역의 특화사업으로 만들고 있다. 없는 것도 만들어 스토리텔링화하고 있는 것이다. 문화콘텐츠 산업은 지역 경제 활성화는 물론이요, 지역의 문화원형을 살리는 작업이란 점에서 지역의 정체성과도 깊은 연관이 있다. 있는 그대로만 보여주는 시대는 끝났다.

이런 점에서 청원군 초정은 우수한 소프트 요소들이 배치돼 있다. 세종이란 역사적 인물과 한글창제가 마무리된 곳이라는 무형의 요소가 하나의 큰 스토리텔링을 이룰 수 있다. 특히 궁궐은 다양한 체험 시설과 프로그램으로 활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여기에 세계 3대 광천수라는 천혜의 조건은 어느 지역보다 유리한 조건과 개발 가치를 지녔다. 하지만 이 우수한 자원도 방치하면 아무짝에도 쓸모없다. 더구나 세계적인 광천수 초정약수도 난개발로 탄산가스량이 줄어들고, 수질도 변하고 있다. 물의 양도 현저히 줄어들고 있다. 시급히 보존방안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이 또한 사라질 자연유산인 것이다. 이날 세미나에서 발제자로 나선 임동철 충북대 총장이 행궁복원을 빨리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한 이유도 주변환경의 변화를 우려하기 때문이다.

이제 초정은 행궁지에 대한 논란은 종지부를 찍고 미래지향적인 발전방안을 모색할 때다. 근거가 필요하다면 발굴조사를 해서 가장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방안으로 초정을 문화콘텐츠화하는 방안이 강구돼야 한다. 논란보다는 지역주민들을 위한, 문화공간으로의 가치를 살릴 수 있는 문화벨트로 말이다.

많은 예산과 장기 계획이 요구되는 초정 프로젝트는 개인의 힘으론 불가능하다. 문화산업이란 큰 틀에서 자연유산에 대한 보존방안과 역사문화환경 조성으로 문화원형을 살려야 한다.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나서야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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