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스러운 봄날씨 결코 예삿일 아니다
별스러운 봄날씨 결코 예삿일 아니다
  • 충청타임즈
  • 승인 2009.02.09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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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식기자의 생태풍자
김성식 생태전문기자

산과 들이 10여일전 모습과는 딴판이다. 설연휴 동안 전국을 빙판길로 만들었던 폭설 흔적은 온데간데 없고 어느새 언덕마루엔 아지랑이가 살랑이고 냇가에선 버들강아지가 복슬복슬 피어나고 있다. 여우같은 날씨 탓에 불과 며칠만에 한겨울서 곧바로 봄을 맞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이례적인 '정월속 삼월날씨'가 이어지면서 바빠진 건 자연계의 동식물이다. 새들은 새들대로 들짐승은 들짐승대로 성급한 기지개 켜고 때아닌 신혼살림 준비에 분주하다. 마을앞 까치부부는 벌써 둥지를 반 이상 틀고 제 짝 한눈팔세라 구애행동에 열올리고 있다. 수십마리 떼지어 날던 참새들도 어느덧 제 둥지 찾아 각자의 텃새권을 확보하고 달라진 목소리를 낸다.

겨우내 얼어붙어 제대로 활동 못했던 달래강 수달부부도 이젠 곧잘 나타나 사랑다툼에 여념없다. 다른 동물보다 일찍 새끼 깐 수리부엉이도 늘어난 식구에 몸이 달았는지 쉰 목소리를 내며 분주히 날아들고 앞개울변 암고라니는 만삭의 몸으로 신랑따라 뒤뚱인다. 예년 같으면 아직 이동시기가 멀었을 청둥오리도 요즘 들어 북쪽 향해 망향가 부르는 횟수가 잦아졌고 겨우내 뒷동산을 배회하면서 작은 새들의 간을 콩알만하게 만들던 말똥가리의 행동도 이젠 예사롭지 않다.

때이른 봄날씨에 꿀벌도 제정신이 아니다. 아직은 벌통 안에 똘똘뭉쳐 체온 유지할 철인데 갑작스러운 기온상승에 서툰 날갯?杉鳴?이내 내려앉아 벌벌 떠는 모습이 안쓰럽다.

식물들 역시 춘심을 못이겨 생활리듬이 빨라졌다. 앞집 울타리 매화나무 꽃망울이 아침 저녁으로 모습을 달리하고 밭둑 쑥밭에선 금방이라도 "쑥~"하고 새싹이 돋을 것처럼 꿈틀댄다.

바빠진 건 사람도 마찬가지다. 농부는 농부대로 도시인은 도시인대로 발걸음이 달라졌다. 과수원 하는 이웃주민들은 꽃눈이 더 커지기 전에 가지치기를 마쳐야 한다며 돈내기 하듯 가위손 놀리기 바쁘고 파종 앞둔 고추농가들은 비닐하우스 손질하랴 묘판 손질하랴 바지춤 내려가는 것도 모른다.

도시인들 역시 성급한 봄나들이에 야외행렬이 잦아졌다. 도시근교 벌판엔 벌써부터 나물 캐는 사람들이 하나둘씩 늘어나고 각 산 등산로엔 이른 봄 산행을 즐기려는 발길이 줄을 잇는다.

겨울이 가면 봄이 오고 봄이 오면 달라지고 바빠지는 게 자연계요 인간사다. 하지만 올 봄맞이는 유난히 별스럽다. 아니 별스럽다 못해 걱정스럽다. 죽 끓듯 변덕스러운 날씨가 가져온 이상기온이 결코 달갑지만은 않다는 얘기다. 널뛰듯 갑자기 오른 기온 덕에 서민들 난방비 걱정은 덜었지만 그 이상으로 걱정되는 것이 농축산물과 자연생태계의 피해다.

갑자기 찾아온 이상기온이 장기화 되고 극심한 일교차에 겨울안개까지 연일 끼는 것 자체가 농축산 일과 생태계에 큰 부담을 주고 있다. 동식물의 생태시계 혼돈에 따른 조기 개화와 조기 산란, 병충해 극성 등이 우려되고 가축들에겐 호흡기 질환과 집단폐사까지 걱정된다.

게다가 지금은 겨울철이다. 절기로야 입춘이 지났지만 아직은 음력 정월이요 양력으로도 이월이다. 우수 이전의 입춘추위도 있고 꽃샘추위도 있기 마련인 게 이즈음이다. 한마디로 냉해마저 우려된다는 얘기다.

행여 큰추위가 다시 오면 안되겠지만, 그래도 못 믿을 게 이즈음 날씨이고 보면 이대로 앉아 보고만 있을 문제가 아니다. 기상청과 농민들은 날씨변화에 더욱 긴장하고 농축산 당국과 지자체는 예찰 및 지도 강화 등 대책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작금의 가뭄사태가 말해주듯 최선의 방책은 철저한 사전대비밖에 없다. 피해가 나타난 뒤에 특별재해지구 선포니 뭐니 해봤자 말짱 사후약방문이다. 올 대보름달은 왠지 밝게 보이지만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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