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까지 풍선만 불어댈 것인가
언제까지 풍선만 불어댈 것인가
  • 충청타임즈
  • 승인 2009.01.12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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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식기자의 생태풍자
충북도청에서 경제부처 합동 지역경제설명회가 열리던 지난 7일 괴산 불정·감물지역 주민들을 만났다. 정부가 추진중인 4대강 살리기 프로젝트와 관련해 '최근 이 지역 주민들이 달천댐 건설을 관계기관에 건의했다'는 소문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주민들의 답변은 이러했다.

"어느 누구도 댐 건설을 건의한 적은 없다. 다만 주민 대다수가 댐 건설을 희망하고 있고 또 언젠가는 댐이 건설될 것으로 믿고 있다. 오죽하면 댐 건설을 반대하던 사람들까지도 마음을 돌리겠는가."

의외였다. 달천댐 건설 재추진 논란이 일던 지난 2006~2007년까지만 해도 댐 얘기만 꺼내면 고개를 젓거나 화를 내던 분위기와는 전혀 딴판이었다.

왜 그럴까. 불과 1년여 전까지만 해도 옆사람 눈치보며 민감한 반응을 보였던 주민들이 이젠 대놓고 댐 얘기를 하니 이유가 궁금했다.

"댐요 이왕에 들어설 것이라면 하루라도 빨리 들어서는 편이 주민들을 살리는 겁니다. 이거야 원, 사람이 살 지역입니까."

댐 건설 예정지로 거론된 후 지역사회가 묘하게 돌아가면서 심각한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얘기다. 그 첫번째 이유는 댐 건설 예정지로 지목된 후 부동산 거래가 뚝 끊기고 상권까지 죽었으며 집과 창고가 낡아도 수리할 생각조차 안하고 논에 객토도 안한다는 것이다. 수리하고 객토해 봤자 보상을 더 받는 것도 아니라며 아예 손을 놓고 있단다. 한마디로 의욕상실증에 빠져있는 것이다.

또 하나는 지역인심이 갈수록 흉흉해지고 있음을 들고 있다. 지역에 경조사가 있어도 서로 왕래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부조해 봤자 추후 댐이 건설돼 서로 흩어지면 헛부조가 될 게 뻔하다는 생각에서다. 깜짝 놀랄 일이다. 댐 얘기가 주민들의 의욕을 앗아가고 인심까지 변하게 만들었으니 이야말로 큰 부작용 아닌가.

대화도중 궁금증 하나가 늘었다. 왜 이곳 주민들이 지금같이 달천댐 건설을 기정사실처럼 믿게 됐는가. 답은 간단했다. 정부가 아직까지 달천댐 계획을 완전 포기하지 않기 때문이란다. 지난 2007년 7월 당시 건설교통부가 댐 건설 장기계획 변경보고서에 '남한강 달천수계 댐 후보지는 해당 지자체와 협의를 완료한 후 추진한다'고 명시한 것을 괴산군이 "이는 사실상 백지화를 선언한 것"이라 해석해 언론에 보도됐으나 이를 액면 그대로 믿는 주민은 없다는 설명이다.

국가의 댐건설 장기계획은 그 성격상 하루아침에 '없던 일'로 뒤집을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언젠가는 또다시 추진될 것으로 주민들은 믿고 있다. 다만 중요한 건 언제 삽을 대느냐인데 그 시기가 줄곧 오리무중이어서 지금같은 상황이 벌어졌다고 말한다.

이날은 공교롭게도 권도엽 국토해양부 1차관이 충북도청을 방문, 달천댐 건설 재추진 여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상황을 봐야 한다"면서도 "남한강 수계는 댐이 절대 부족한 상황"이라느니 "희생과 양보가 필요하다"느니 아리송한 답변만 늘어놓음으로써 가뜩이나 혼란스러운 지역정서에 기름을 잔뜩 부었다. 실체없는 변죽만 또다시 울린 셈이다.

언제까지 이처럼 풍선만 불어댈 것인가. 언제까지 자꾸만 말장난할 것인가.

4대강 살리기 프로젝트도 그렇다. 모두 다 좋으라고 하는 사업이니 믿고 따라오라고만 외쳐댈 뿐 구체적인 내용은 여전히 안개속이다. 사업착수일은 앞당겨져 눈앞인 데도 실체는 줄곧 '기대하시라'다.

풍선은 자꾸 불면 터진다. 제 아무리 깜짝쇼도 좋고 기밀유지도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계속 풍선만 불어대면 무대도 열기 전에 터져 날아가고 만다.

지금 이 순간에도 속이 썩어 문드러져가는 달천강 주민들 나아가 국민들 생각좀 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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