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엔 로드킬 없는 세상을 꿈꾸자
새해엔 로드킬 없는 세상을 꿈꾸자
  • 김성식 기자
  • 승인 2008.12.29 22: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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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식기자의 생태풍자
두 달 전 일이다. 괴산호 생태 취재를 위해 산막이란 마을에 들어가 있는데 괴산 청천의 한 후배로부터 긴급 연락이 왔다. 화양동 계곡으로 통하는 도로변에 엄청 큰 새가 죽어있다며 숨 넘어가는 소릴 한다. 예감이 좋질 않아 곧바로 달려갔더니 역시나 였다.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종인 수리부엉이였다.

덩치와 발톱, 부리로 보아 1년도 채 안된 유조였다. 특별한 외상은 없는데 몸속 뼈가 다 으스러졌다. 로드킬(Road kill)이다. 자기 혼자 먹이잡이 나왔다가 지나가는 차량에 부딪혀 횡사한 것이다. 위에 내용물이 있나 보니 비어 있었다. 얼마나 배가 고파기진맥진했으면지나가는 차량도 못보고 피하지 못했을까. 설령 어린 개체라하더라도 시력과 청력하면 그 어떤 야생동물보다도 뛰어난 밤의 제왕수리부엉이가 아니던가.

지난주엔 달래강의겨울철새를 촬영키 위해 충주 인근 수주팔봉쪽으로 향하는데바로 앞차가느닷없이 급정거 하면서 휘청거렸다. 아차 싶어 차밑을 보니 금새 피가 흥건했다. 너구리였다. 야행성이라 주로 밤에 활동하지만 그 역시 굶주린 배를 참지 못하고 한낮에 먹을거리를 구하러 나왔다가 참변을 당했다.

또 3일 전엔 청원군 미원면 달래강변 도로서 고라니 한 마리가, 그 이튿날엔 비슷한 장소서 족제비 한 마리가 처절한 죽음을 맞았다. 생활권이 괴산 청천인 데다 야생동물이 많이 사는 달래강변을 자주 찾다 보니 요즘 들어 로드킬 당한 야생동물 사체들을 부쩍 많이 보게 된다.

야생동물의 로드킬을 볼 때마다 아쉬운 것이 있다. 바로 우리의 무관심이다. 지나는 운전자들은 대부분 목격 순간만 잠시 얼굴을 찡그릴 뿐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 내 집 강아지가 그렇게 됐다면 아마 그렇게 황급히 지나치진 않을 것이다. 또 자신이 갑작스럽게 나타난 들짐승을 직면했다면 얼마나 당황하고 끔찍한 상황이 벌어졌을 것이란 생각도 별로 않는다.

당국의 노력도 너무나 미흡하다. 최근 들어 환경부가 인터넷 웹진을 통해 로드킬의 심각성을 알리고는 있지만 그에 대한 대책은 까마득하다. 고속도로 혹은 신설도로에 전시품처럼 만들어 놓은 생태도로란 것도 실로 가관이다. 어린아이에게 밧줄위를 걸어 강물을 건너라는 격이다. 야생동물들은 서커스단의 조련된 동물이 아니다.

로드킬 당한 사체들을 신속히 제거 처리하지 않는 것도 큰 문제다. 오죽하면 도로마다 로드킬 당한 동물들의 사체가 오고 가는 차량에 의해짓밟히고 또짓밟혀아예껌딱지처럼들러붙어 있는곳이즐비하겠는가. 상황이 이렇다 보니그들의 처분(?)은늘 까치와 까마귀 몫이 된다.이동통로가 졸지에사선(死線)으로 변한것도억울할판인데 짓밟히고 짓찢기고 형체도 없이 '노상분해'되는팔자가 곧 우리나라 야생동물들이다.

기왕 나온 김에 까치와 까마귀 얘기 좀 더 해야겠다. 요즘의 까치와 까마귀를 자세히 보라. 그들이 왜 도로변을 맴돌고 있는가. 바로 로드킬 때문이다. 그들은 항시 도로변을 맴돌고 있다가 로드킬 사체가 발견되면 곧장 몰려든다. 사고현장에 가장 먼저 달려오는 견인차 같다. 질주하는 차량도 겁내지 않는다. 우리의 무관심은 결국 까치와 까마귀들의 행동까지 변화시켰다.

이젠 로드킬 방지를 위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단순히 전시행정에 그치지 말고, 국내 전 도로를 그야말로 안전한 도로로 만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로드킬 없는 도로, 그것은 곧 사람도 안전한 도로다.

우리의 무관심이 까치와 까마귀들의 행동까지 뒤바꾸어 놨으니, 이번엔 우리의 관심으로 그들을 더 이상 로드킬 사체나 탐내는 '걸조(乞鳥)의 굴레'에서 벗어나게끔 해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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