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리 망신살' 또 언론탔다
'개구리 망신살' 또 언론탔다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12.22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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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식기자의 생태풍자
김 성 식 생태전문기자 <프리랜서>

겨울철이면 으레 언론을 타는 동물이 있다. 개구리다. 관련 법규가 강화된 이후 아무개가 개구리를 잡다 적발됐다느니 모씨는 먹기만 했는데도 벌금을 물게 됐다느니 하는 기사가 곧잘 보도된다.

겨울철 단골메뉴인 개구리 관련기사 중에는 간혹 쓴웃음을 짓게 하는 경우가 있다. 4년전 충북 모지역서 있었던 사건(?)도 그런 경우다. 당시 한 펜션서 화재가 발생했는데 화재원인이 가관이다. 까닭인 즉슨 당시 모지역 사람들이 그 펜션으로 놀러왔다가 개구리를 잡아먹고는 2차로 노래방엘 간다는 것이 그만 가스불 위에 개구리 잔여분을 올려놓고 가는 바람에 불이 난 것이다.

조사 결과 시커멓게 그을린 용기 속에 역시 시커멓게 탄 채 '만세'를 부르는 개구리가 꽤 여러 마리 발견됐으니 당사자들은 꼼짝없이 실화자에다 야생동물 불법 포획자로 몰려 졸지에 개망신 당했다. 개구리 잡아먹다 남의 재산 태워먹고 범법자까지 된 셈이니 개망신 아닌가.

지금은 많이 계도돼 개구리를 몰래 잡아먹는 행위는 크게 줄었지만 아직도 깊은 산골에선 배터리까지 동원한 간 큰 포획꾼들이 더러 있다. 현행 야생동식물보호법에는 개구리와 뱀 등을 불법 포획할 경우 2년 이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도록 돼 있다.

불법포획한 걸 먹거나 운반, 보관만 해도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5백만원 이하의 벌금을 문다. 그만큼 중범죄 취급한다. 들키면 오랏줄 망신 아니면 재산을 축내야 한다. 혹자는 너무 과한 게 아니냐고 할지 모르나 그게 다들 자초한 일이다.

개구리가 또 이번에 언론을 탔다. 그냥 언론을 탄 게 아니라 한 지자체를 개망신 주고 있다. 다름 아닌 청원군이 관내 업자에게 중국산 개구리를 산 채로 수입토록 허가했다가 망신살이 뻗친 것이다.

보도 대로라면 관계부서 공무원들은 뭘 몰라도 한참 모르고 있다. 해당업무에 관한 기초 소양조차 없는 것 같다. 그러기에 그깟 개구리 좀 수입허가를 내줬다고 웬 호들갑이냐는 반응이다.

게다가 문제의 북방산개구리(흔히 경칩개구리로 불리는 종의 하나)는 국내산과 종도 같고 생김새도 같을 뿐만 아니라 생태계 교란 동물로도 지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별문제가 없다는 설명까지 한다.

그러나 문제는 그리 간단치 않다. 생태학적으로 큰 문제가 있다는 얘기다. 제 아무리 종이 같고 생김새가 국내산과 별 차이가 없다 하더라도 일단 외국산 동물이 산 채로 유입돼 야생화 됐을 경우엔 유전 생태학적으로 큰 문제가 생긴다. 더욱이 이번처럼 수입목적에 인공증식이 포함된 경우엔 그들 개구리가 야생으로 뛰쳐나올 가능성이 훨씬 높다.

만일 우려대로 야생에 노출되면, 담당 공무원의 말처럼 '국내산과 똑같은 종'이기 때문에 국내산과의 교잡은 불보듯 뻔하다.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우리 고유의 유전자가 훼손되고 흐트러지게 되는 것이다.

이해가 안 간다면 중국산 붕어를 생각해 보라. 일명 짜장붕어가 유입된 이후 국내 상황이 어떻게 됐는가. 당초 우려대로 교잡종인 '짬뽕붕어'가 생겨나 판을 치게 됐지 않은가. 중국산 붕어 역시 분류학상으로는 국내산 붕어와 그리 멀지 않다.

혈통이 가까워서 문제가 덜 되는 게 아니라 혈통이 가깝기 때문에 문제의 소지가 더 큰 것이다. 교잡이 쉬운 만큼 우리 고유의 유전자가 쉽사리 훼손된다고 보면 된다.

시쳇말에 '개구리 뛰는 방향'이란 게 있다. 하찮은 개구리라고 얕잡아보다간 불똥이 어디로 튈지 모른다. 물가니 주식이니 모든 것이 다 개구리 뛰는 방향처럼 어지러운 세상, 그나마 개망신 당하지 않으려면 겨울철 개구리처럼 곱게 움츠리고 살 일이다. 그러다 보면 봄이 오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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