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평등 구조를 통해 본 수도권 규제철폐 문제
불평등 구조를 통해 본 수도권 규제철폐 문제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12.04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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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으로 읽는 세상이야기
김 귀 룡 <충북대학교 인문대학 철학과 교수>

수도권 규제 철폐 시책으로 야기된 사회 문제를 철학적으로 읽어보면 그 바탕에 불평등 구조가 자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불평등 구조를 철학적으로 읽어보자.

불평등 관계는 유사 이래로 인간 사회를 지배해 왔다. 서울과 지방, 힘 있는 자와 힘없는 자, 권력을 가진 자들과 못 가진 자, 부자와 가난한 자, 배운 자들과 못 배운 자, 백인과 유색 인종, 남성과 여성의 차별이 항상 있어 왔다. 철학적으로 불평등 관계를 읽어보면 문제 영역은 단순히 수도권과 지방의 차별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인류역사에 상존해 왔던 모든 종류의 불평등으로 확대된다. 이를 통해 수도권 편에 서는 정책 입안자들은 대체적으로 다른 문제에서도 가진 자나 지배자의 편에 서는 시책을 펼치게 된다는 것을 알 수 있게 된다. 곧 그 사람의 하나를 보면 나머지 시책의 방향을 미루어 알 수 있다. 수도권 규제 철폐 시책을 펼치는 사람은 당연히 부자 감세 정책을 펼치고 권력의 힘을 앞세워 다수의 의견을 침묵하게 만들고 노동자보다는 기업인의 편에 서고 힘센 나라의 편에 서는 방향으로 시책을 펼치게 되어 있다.

불평등의 구조로 시각을 돌려보면 이 문제는 단순히 하나의 정책에 관한 문제가 아니라 인류사회의 근본적인 모순에 관한 문제가 된다. 인류 문명이 시작된 지 5000년 정도가 흘렀지만 형식적으로나마 모든 인간들의 동등한 권리 주장이 출현한 것은 200여년 정도에 불과하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지배와 복종이라는 불평등의 관계는 인류 역사 대부분을 지배해 왔던 것이다. 문명화된 현대의 사회 제도는 법 앞에서 만인의 평등이라는 원칙에 따라서 구축된다. 그러나 그것은 원칙적인 면에서만 그러할 뿐 실제 생활 속에서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다고 생각하기는 어렵다. 한 사회 내부에서만 그런 것이 아니라 국제관계 속에서는 문제의 심각도가 훨씬 크다. 강대국이 자국의 경제 성장이나 안정을 위해 약소국의 희생을 요구하는 건 다반사이다.

이 같은 불평등 구조 안에서 사람들은 강자의 위치에서 삶을 영위하기 위해 전력 질주한다. 가난한 자는 부자가 되기 위해서, 못 배운 자는 지식을 습득하기 위해서, 권력을 갖지 못한 자들은 권력을 잡기 위해서 불철주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노력을 한다. 사람들은 패배자보다는 승리자가 되기 위해 애쓴다. 인간 사회에서 약자의 지위에 처하면 삶이 고단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모두 약자의 처지를 벗어나 강자의 지위를 얻기 위해 몸부림친다. 문제는 약자들의 이런 몸부림이 불평등의 관계를 전제하고 있으며 그를 강화시킨다는데 있다. 지배받는 자보다는 지배하는 자가 되기 위한 노력은 지배와 예속의 관계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면서 피지배보다는 지배가 선(善)이라고 생각함으로써 가능하다. 이런 점에서 지배자가 되기 위한 노력은 지배-예속의 불평등 관계를 정당화시키며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 중앙집중식 성장론에 대한 대안으로 등장하는 균형 발전론도 힘 있는 지방이라는 모토를 내세우는 한 이와 같은 불평등의 구조 속으로 편입될 수밖에 없다. '균형발전론은 수도권을 역차별하게 만든다'는 반격이 가능한 것은 이 때문이다. 균형발전론도 차별을 전제하고 있어서 한 쪽이 발전하면 다른 한 쪽이 주춤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쪽이나 저쪽이나 결국 시소게임이 되고 만다. 그렇다면 균형발전론도 중앙집중식 성장론의 근본적 대안이 될 수 없다.

결국 수도권 규제철폐 시책으로 야기된 사회문제는 불평등의 구조를 타파하는 방안을 찾아내야만 철학적으로 종결된다고 할 수 있다. 다음에는 불평등 구조를 어떻게 타파해야 하는지를 철학적으로 고심해 보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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