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그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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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12.03 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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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천
이 영 창 <수필가>

강원도 철원에 '태봉제'라는 축제가 있다. 여기에 거대한 가마솥이 등장했다. 쌀 전업농단체가 제작한 것이다. 밥 2500명분을 지을 수 있는 가마솥으로 한국 최고의 솥이라 했다. 군민이 한솥밥을 먹는다는 의미가 있으리라.

세월이 흘러 가마솥을 자랑하는 축제는 또 생겨났다. 충북 괴산군 청결고추 축제다. 이 가마솥은 쌀 50가마의 밥을 지을 수 있는 크기라고 한다. 계산상 어림잡아 4만명이 먹을 수 있는 밥을 지을 수 있다는 말이 된다. 솥뚜껑을 여는 데만도 크레인을 동원해야 한단다. 한국 최고는 물론, 세계 제1위이고 기네스북감이다. 그러나 사람의 그릇은 그보다 더 큰 사람이 있다는 데 탄복한다.

소 500마리를 이북에 보낸 고 정주영씨가 그렇다. 소 한 마리에 500만원 정도 치면 25억이란 금액이다. 그는 대한민국 굴지의 현대그룹 회장이었다. 그럴만한 사람이긴 하다. 그러나 우리네 같은 서민은 평생을 모아도 모을 수 없는, 거액 가치의 소를 기증한 것이다. 훌륭하다 못해 거룩하다. 뼈지게 번 돈, 귀밑머리 뽑듯이 고향을 위해 내놓았다. 대한민국이 놀랐다. 아무도 생각지 못한 신성한 발상이었다. 그러나 그는 그럴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남을 돕는 일도 돈이 있어야 한다. 돈이 없으면 살아 갈 수도 없다. 밥만 먹고 사는 것도 아니다. 돈 없어서 죽음을 택하는 사람도 있다.

얼마 전 강부자, 고소영이란 말들을 많이 했다. 그러한 말은 부자를 시기하는 마음이 짙어져 멸시, 중상으로 변한 말이 아닐까 한다. 세상 사람들은 모두 부자가 되거나 성공하고 싶어 하지만, 실제로 부자가 되거나 성공하는 사람은, 소수에 불과하다.

일본에서 벼락부자라는 말은 '갑자기 비천한 신분에서 부자가 된 신분'이라는 멸시하는 뜻이 담겨져 있다고 한다. 그러나 부자와 가난한 자는 평등선상에 있을 뿐이다. 무조건 부자를 멸시하거나 중상모략할 필요는 없다. 부자는 부자가 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으며, 남이 쉬는 사이에도 노력하고, 남이 잠자는 사이에도 얼마나 생각했겠는가 부자를 중상모략하는 자는 성공하지 못한 자의 가난한 시기일 뿐이다.

얼마 전 익명의 여성이 종합 8억5000만원의 헌금자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주인공은 누구일까 관심대상이었다. 본인이 실명 밝히기를 원치 않아서 묻혀져 왔으나, 주위 사람들의 추리로 밝혀졌다. 여성탤런트 1987년생 성균관대학교 재학 중, 그는 모델료를 받을 때나, 영화 출연료를 받을 때마다 2003년부터 지금까지 6년을 헌금해 온 것이다. 그 이름 문근영. 영화 '가을동화'에서 송혜교의 아역으로 등장했었다. 사회복지 공동모금회에 개인별 최고기록이다. 누가 돈 있는 자를 욕되게 하는가. 연탄불이란 시가 생각난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그렇다 부자를 욕되게 하지 말자. 모두가 평등선상에 있다. 너도 나도 모두 노력한 자였다고 생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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