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수리, 과연 천연 비아그라일까
비수리, 과연 천연 비아그라일까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11.10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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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식기자의 생태풍자
김 성 식 생태전문기자 <프리랜서>

우리나라 콩과 식물 가운데 비수리라는 게 있다. 싸리처럼 줄기와 가지는 나무 성질을 띠고 가지 끝은 풀의 특성을 지닌 이른바 반관목(半灌木)이다. 쉽게 얘기하면 '가는 싸리'쯤으로 보면 된다. 해서 예전엔 부엌이나 앞뜰을 쓰는 작은 비를 만드는 데 이용됐다. 길고 잘 휘어지는 줄기는 주로 광주리를 만들어 썼다.

그런데 이 식물이 돌연 요즘에 와서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아니 인터넷뿐만 아니라 도심지 공원과 노인정, 심지어 시골구석의 마을회관까지 사람만 모이면 비수리 이야기가 나온다. 가히 열풍이다.

이유는 이 식물 이상의 정력제가 없다는 소문 때문이다. 떠도는 소문에 의하면 '비수리는 곧 천연 비아그라'란 것이다.

그러면 왜 이런 소문이 번졌을까. 단도직입적으로 말해 이 식물의 거창한 이명(異名) 때문이다. 그중 대표적인 게 야관문(夜關門)과 백관문초(白關門草), 폐문초(閉門草), 대력왕(大力王), 천리광(千里光), 노우근(老牛筋), 음양초(陰陽草)이다.

우선 야관문부터 보자. 한자를 직역해 '밤에 빗장문을 열게 하는 약초'란다. 여기서의 문은 여성의 문, 즉 하문(下門)이라니 더 이상 무슨 해석이 필요하겠는가.

백관문초 또한 기막히다. 백(白)은 낮을 뜻하니 '낮 시간 불구하고 빗장문을 열게 하는 약초'란다.

폐문초는 더하다. 폐문 즉, '문을 닫도록 하는 풀'이니 밤낮없이 문 걸어 잠그고 그 안에서 무엇을 하겠냐는 것이다.

여기에 더하여 대력왕은 '큰힘(大力)도 모자라 뒤에 임금왕(王)까지 붙인 약초'니 일단 잡숴보면 끝이란다. 이밖에도 천리광은 천리 밖에서도 빛이 난다는 뜻이고, 노우근은 늙은 소의 근육까지도 되살리는 약초며 음양초는 남녀의 조화를 이루게 하는 약초란 뜻이란다.

이렇듯 이명에 대한 해석만 보면 비수리는 실로 엄청난 정력제다. 그러나 문제는 정력제로서의 실제 약효다. 다시 말해 검증이 됐냐는 것이다.

전문가의 얘기를 들어보자. 중국에서도 알아주는 세계적인 본초학자 김재길 박사(한국약용식물자원연구소장)는 한마디로 "No"다. 특별한 처방을 하면 몰라도 소문대로 비수리 자체가 정력제는 아니라고 한다.

김 박사의 말에 의하면 비수리는 야관문 같은 여러 이명으로 불리는 건 사실이나 정력제로서의 효과는 거의 없다고 한다. 예부터 남성이 잠 잘 때 자기도 모르게 정액이 흘러나오는 유정증에 응용해 왔으나 이마저도 효과가 그리 크지 않단다. 김 박사는 또 비수리를 정력제로 소문낸 사람들이 주장하는 소위 비수리의 성분에 대해서도 콩과 식물이라면 대부분 갖고 있는 성분이라며 "식물체 자체를 천연 비아그라로 확대해석하는 건 무리"라고 일축한다.

또 하나 현재 인터넷상에 올라와 있는 글 가운데에는 비수리의 복용법에 대해서도 왈가왈부 말이 많은 데 이 역시 많은 이들을 헷갈리게 하고 있다. 한쪽에선 "반드시 술을 담가 먹어야 약효가 있다"는 주장인 반면, 또 한쪽에선 "차처럼 끓여 먹거나 중탕해도 상관없다"는 주장이다. 그만큼 주장하는 사람에 따라 복용법도 다르니 복용 후의 효과 또한 먹는 사람 나름임을 드러내고 있다. 다만 그래도 다행인 것은 비수리를 먹었을 때 인체에는 큰 해가 없다는 점이다.

기자는 지난 1990년대에도 '쇠뜨기에 대한 맹신'을 우려하는 기사를 써 그 열풍을 잠재우는 데 일조한 바 있다. 그땐 쇠뜨기의 독성이 강조돼 그나마 단시간에 열풍이 가라앉았는데 비수리는 독성이 그리 없다니 먹으면 손해란 얘기도 못한다. 하지만 중요한 건 비수리 자체가 곧 천연 비아그라는 아니란 점이다. 먹어도 제대로 알고 먹으면 어떨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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