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5. 문백전선 이상있다
265. 문백전선 이상있다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07.22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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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보무사<580>
글 리징 이 상 훈

"장산, 오늘 내가 좋은 술집에서 거하게 한턱 내리다"

"여보! 제가 길게 말하지 않겠어요. 이걸로 새끼를 많이 쳐가지고 돌아오세요. 설마 그럴 리야 없겠지만 만에 하나 당신이 약속한 금화 다섯개를 못 주는 불상사가 일어나면 우리 집은 그야말로 풍비박산. 비참한 꼴이 된다는 것쯤은 잘 아시겠지요"

장산의 아내가 은전 삼십량을 그에게 건네주면서 은근히 협박하듯이 말했다.

"알았소. 염려 마시오. 그나저나 당신! 제발 돈 좀 아껴서 써요. 도대체 저게 뭐요"

장산은 아내가 집 안에 들여놓은 값비싼 비단 병풍이며 도자기들을 쳐다보며 심히 언짢은 목소리로 물었다.

"어머! 저게 뭐 제가 쓸 건가요 우리 남동생 장가갈 때에 선물로 주려고 산 것들이지."

"아니 이 여편네가! 남동생 장가보내는데 기둥뿌리까지 뽑아서 내줄 참이요"

"어머머! 저런 게 어째서 기둥뿌리예요 아무튼 걱정 말아요. 당신이 약속한 금화 다섯개만 가져오신다면 모든 것이 일사천리로 깨끗이 해결될 터이니."

"하지만 빚을 내어 저런 짓을 한다는 건 지나치지 않소"

"그래도 아버지 없이 불쌍하게 자란 남동생인 만큼 큰누나인 제가 최대한 돌봐 줘야지요. 그리고 친정에선 맏사위인 당신을 하늘같이 우러러보고 있는데 그 값은 하셔야지요."

"알았소, 알았소. 아, 나 이거야 참."

장산은 더 이상 아내와 말다툼하기가 싫은 듯 은전 삼십량을 가지고 대정과 만나기로 약속한 장소로 부랴부랴 달려갔다. 그런데 그들이 자주 만나 술잔을 기울이던 그 단골 술집 문 앞에는 웬일인지 대정이 말에서 내리지 않은 상태로 초조하게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장산! 내 오늘은 거하게 한 번 사리다! 아주 기가 막히게 좋은 술집으로 갑시다!"

"어허! 오늘은 내가 사겠소. 그러니 내 대신 돈 낼 생각은 아예 마시오."

"하지만 그곳은 가격이 제법 센 편인데"

"술값이 비싸봤자 얼마나 비쌀 것이며, 술 따라주는 계집이 예쁘면 얼마나 예쁘겠소 그리고, 자네는 죽은 아내를 닮지 않은 여자라면 아예 거들떠 조차도 보지 않을 것 아닌가"

"으흐흥. 그건 그렇구먼. 자, 그럼 오늘은 자네가 알아서 내시게나."

대정은 기어이 자기가 술을 사고 말겠다는 장산의 강력한 제의에 하는 수 없이 따르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거렸다. 잠시 후, 대정의 안내를 받아가며 장산이 한참 말 타고 찾아간

곳은 병천국에서 꽤나 멀리 있는 어느 허름한 술집이었다.

"아니, 겨우 이런 데를 오려고 이렇게나 멀리 왔는가"

장산이 몹시 맘에 안 드는 듯 대정에게 물었다.

"하하하. 술 한 잔 마시고 밥 한 술을 퍼 먹더라도 마음이 편한 곳이 좋지 않겠는가 주모! 주모! 내가 왔소! 내가 늘 먹던 방식 그대로해서 밥 두 그릇 먼저 내오시구려!"

대정이 적당한 자리를 차지하고 앉자마자 주방을 향해 큰소리로 외쳤다. 그러자 60대 초반 쯤 되는 주모가 소반 위에 밥 두그릇과 조그만 종지를 올려가지고 얼른 다가왔다.

"으흠흠. 이거 틀림없는 진품이겠지"

대정이 조그만 종지를 자기 코에 바짝 갖다 대고 냄새를 맡아보며 주모에게 물었다.

"아 그럼요. 대정님께서 오신다는 기별을 받고 제가 특별히 신경 써서 마련해 놓는 건데."

주모가 눈웃음을 살살 치며 대정에게 말했다.

"장산! 자 이걸로 우선 밥을 비벼 먹어 가면서 중요한 얘기 나누기로 합시다!"

대정은 장산에게 이렇게 말하고는 종지 안에 들어있는 뭔가를 숟가락으로 조금 퍼서 밥에다 쓱쓱 비벼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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