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사태 마무리 1년…상
하이닉스 사태 마무리 1년…상
  • 석재동 기자
  • 승인 2008.04.17 22: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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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청지회 조합원 그들은 지금 어디에
하이닉스 하청지회 사태 당시 조합원들이 단식투쟁을 벌이고 있는 모습.
상당수 실직자·비정규직 근무
"언론에 거론 싫다" 동료소식 함구

일부 소자본 투자 사업 걸음마단계
"현직 비정규직 삶 취재" 쓴소리도

2000년대 들어 충북지역 최대 노사분규로 손꼽혔던 하이닉스·매그나칩 하청지회(이하 하청지회) 사태가 마무리된지 1년이 된다. 하지만 1년의 세월이 지나면서 충북지역 대표적인 노동운동이라는 상징성을 지녔던 하청지회 사태와 조합원들은 도민들의 기억에서 서서히 지워지고 있다. 하청지회 사태 1년을 맞아 여전히 불씨로 남아있는 비정규직 문제를 2차례에 걸쳐 진단한다.

"이제 겨우 마음을 다스리고 있는데 지난 일은 들춰 뭐합니까. 그냥 가만 놔두시는 게 우리를 돕는 겁니다. 언론에 다시 우리 문제가 거론되는 것도 싫고 그 때의 기억을 다시 떠올리고 싶지도 않습니다."

16일 오후 하이닉스·매그나칩 하청지회 사태 마무리 1년을 앞두고 어렵게 만난 옛 하청지회의 한 조합원은 기억을 되살리기 싫은듯 손사래를 쳤다.

그는 곧이어 "우리가 어떻게 살고 있는가보다는 현재 하이닉스를 비롯한 각 사업장에 근무하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를 취재하는 것이 훨씬 유익할 것"이라고 의미심장한 한마디를 던지고 자리를 떴다.

2004년 12월15일 하이닉스·매그나칩 4개 하청업체 노조원 100여명이 불법 파견근로 중단을 촉구하며 전면파업에 돌입하면서 시작된 하청지회 사태는 지난해 5월3일 하청지회 조합원들이 사측이 제시한 위로금 지급 등 잠정합의안을 받아들이며 2년4개월여만에 종지부를 찍었다. 실질적인 사태해결은 이에 앞선 4월26일 양측이 잠정합의안에 합의면서 이뤄졌다.

하청지회는 당시 사측이 제시한 87명 조합원 재취업 교육비(1인당 919만원)와 위로금(〃 3677만원)을 포함한 총 32억원 지급 양측간 손해배상, 가압류, 고소·고발 취하 등을 주요내용으로 하는 잠정합의안에 대한 조합원 찬반투표를 통해 찬성 44, 반대 28, 기권 2표로 가결했다.

이후 하청지회 사태는 노사 합의과정에서 노조측 집행부와 사측이 제명한 24명의 하청지회 제명 노동자 문제가 잠시 불거지기도 했지만 그뿐이었다.

당시 지역사회는 장기 분규가 드디어 해결됐다며 호들갑을 떨었고 일각에서는 2년여의 세월을 노숙하며 투쟁한 조합원들의 해산에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반면 당시 노동계는 "잠정합의안을 수용하는 것은 피로와 좌절에 지쳐 체념하고 마는 패배의 길"이라며 "잠정합의안을 폐기하고 새로운 투쟁을 전개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하청지회 조합원들은 잠정합의안 가결 이후 논쟁의 전면에서 사라졌다.

그렇다면 그들은 지금 어디에 있을까.

조합원들은 동료들의 소식을 함구하고 있지만 상당수 조합원들이 아직도 실직상태를 면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설령 실직상태를 면했다고 해도 지인들의 도움을 받아 취직하거나 그마저도 안될 경우 또 다시 비정규직에 몸을 맡기고 있는 정도인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는 조합원끼리 소자본을 조성해 사업체를 꾸렸지만 아직 걸음마단계라 신통한 소식을 전해주지 못하고 있다.

민주노총 충북본부 관계자는 "하청지회 조합원들이 그 당시 마음의 상처가 커서 아직 마음의 문을 닫고 사는 것 같다"며 "다시는 충북지역에서 하청지회 사태같은 비정규직 문제가 불거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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