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륜의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
경륜의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03.27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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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황 신 모 <청주대 경제통상학부 교수>

이번 총선의 공천상황을 감상하노라면 기이한 현상이 감지된다. 그것은 나이들고 경험 많은 원로에 대한 물갈이론이 그 어느 때보다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정치권에 대한 국민 불신의 책임이 정치 연륜이 높은 원로들에게 전적으로 지워지고 있다. 과거 정치사적 배경이나 정치문화는 생각하지 아니하고 오직 현재 상황에서 부분적 측면만을 고려한 주관적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이에 부가하여 정치세력간 권력투쟁에서도 정치 원로의 퇴진을 더욱 압박하고 있는 현실이다. 우리나라와 같이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는 정치영역에서 국정을 논하는데 지혜도 줄 수 있고, 마음의 여유를 갖도록 윤활유 역할을 할 수 있는 다선의 경륜있는 정치 원로가 어느 시기보다 필요한 때라고 생각된다.

이와 같은 상황은 정치영역에서만 나타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상황에서 약간의 차이는 있다하더라도 공무원영역에서도 나타나고 있고 기업영역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현재 공무원사회에서도 퇴진의 제1 기준은 나이가 된다. 기업에서도 나이가 많으면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등식이 성립되어 퇴직을 강요받고 있다.

지난주 필자는 어느 인사의 자녀결혼식에 참석하여 훌륭한 주례사를 들을 수 있었다. 퇴임한 70대 전 충북도지사께서 주례를 집전하면서 한 축복의 주례사는 참석한 모든 하객들에게 깊은 감명을 주었다. 가끔씩 제자들의 주례를 맡는 필자에게 있어서는 주례를 집전하는 자세, 과정, 말씀, 열정이 특별히 가슴에 느껴졌다. 필자는 이를 관조하면서 경륜이야말로 사회전체의 생산성을 높이는 주요한 요인이 된다는 것을 새롭게 인식하게 되었다.

우리 사회는 급격히 고령화사회로 진전되고 있다. 출산율은 낮아지고 평균수명은 길어지고 있다. 우리 사회의 인구구조는 어린이층은 줄어들고, 경제활동인구는 취약하고 노인층이 두터워지는 역항아리형 형태를 띠어 가고 있다. 이는 우리사회의 잠재성장률을 낮게 하는 주요한 요인이 되고 있다. 따라서 현재 우리 사회의 모든 영역에서는 어떻게 출산율을 늘릴 수 있을 것인가, 어떻게 고령노동자를 활용할 것인가가 주요한 정책과제가 되고 있다.

문제는 고령노동자의 경쟁력 여하에 달려있다. 이에 대해 글로벌 HR컨설팅 기업인 타워 스페린이 2003년 2005년 2007년 세차례에 걸쳐 50세이상 고령 노동자에 대하여 연구를 했다. 연구 결과 고령 노동자는 업무에 대한 몰입도가 높으며 이직률이 낮다. 또한 나이가 들수록 직원간 소통능력과 의사결정능력이 향상되어 업무 생산성을 높이고 기업전체의 경쟁력을 강화시킨다는 것이다.

타워스페린 연구에 따르면 고령노동자는 젊은 노동자에 비해 경험과 지식이 풍부하고 직장에 헌신적이어서 '직원 몰입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직률에서도 고령노동자일수록 낮아 기업비용을 줄일 수 있고, 업무관련 창의성에서도 결코 뒤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직원간 소통능력과 의사결정능력에서는 오히려 나이가 들수록 향상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는 나이가 들면 모든 신체적 기능이 둔화되고 이것이 업무 생산성을 떨어뜨리게 하여 퇴직해야 한다는 것이 일반상식으로 되어 있다. 그런데 타워스페린 연구 결과를 보면 이것이 잘못되어 있다는 것을 절감할 수 있다. 앞으로 고령화 사회가 급진전되면서 고령 노동자를 어떻게 퇴직시키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활용하여 '경륜의 생산성'을 높여 나가야 하느냐에 정책개발의 초점이 맞추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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