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 피싱
보이스 피싱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11.22 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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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 청 논 단
이 수 한 <모충동 천주교회 주임신부>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속담이 있다. 우리는 보통 이 속담을 사람은 믿을 존재가 안 된다는 의미로 사용한다. 그러나 이 말은 엄밀히 말해 사람은 지식의 대상이 아니라 믿음의 대상임을 의미한다. 즉 열 길 물속은 알기에 지식의 대상이요, 한 길 사람 속은 모르기에 믿음의 대상인 것이다. 따라서 사람의 말은 더더욱 믿음으로 받아들이고 따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믿어야 할 사람의 말조차 점점 믿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성당에 있다 보면 도움을 청하 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된다. 집에 갈 차비를 청하는 사람부터 약간의 도움만 주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사람 등 그 부류가 수도 없이 많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좋으련만 대부분은 거짓임을 알게 된다. 말솜씨가 얼마나 대단한지 그 거짓말에 속지 않는 경우가 거의 없다.

요즘 집에 걸려오는 전화 받기가 두렵다. 도움을 청하는 복지시설들부터 농협, 수협 심지어는 대학 연구소 등을 사칭하며 신자들에게 물건을 팔게 해 달라고 하는 부탁 전화 때문이다. 성직자의 입장이다 보니 거절하기가 이만 저만 힘든 것이 아니다.

핸드폰 역시 마찬가지다. 부재중 전화가 있어 다시 걸어보면 대출상담이나 정보 이용을 가장한 유료 전화들이다. 한마디로 믿을 수 없는 전화가 너무 많다. 그렇다고 전화를 꺼 놓거나 받지 않을 수도 없는 입장이다 보니 전화로 인한 스트레스가 이만 저만이 아니다.

최근 전화 금융사기가 극성을 부리고 있다. 국적 불명의 낯설기만 하던 '보이스 피싱'이라는 단어가 연일 보도되면서 일상적인 용어로 느껴질 정도다. 귀가 어두운 시골 노인을 상대로 자녀를 사칭하는 단계에서 경찰, 검찰, 국세청, 카드회사 등을 사칭하는 단계로 진화하더니 이젠 납치 등을 가장해 협박하는 등 그 수법이 교묘해지고 있다.

인터넷에 접속해 뉴스를 검색하다 보면 블로거 뉴스가 많다. 개인이 올린 글이라 하더라도 너무나 많은 거짓 뉴스들이 올라온다. 댓글을 보면 무엇이 진실인지 알 수조차 없다. 논리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펼친 글도 있지만, 일방적으로 상대를 욕하는 악의적인 글들이 많다.

사람의 말은 이정표와 같아야 한다. 말이 가르치는 대로 따라가면 그대로 이뤄져야만 하는 것이다. 하지만 말을 따르다 보면 말과는 전혀 다른 일들이 벌어지기 십상인 것이 현실이다.

문득 "예 할 것은 '예'하고, 아니요 할 것은 '아니요'하라"는 성경 말씀을 떠 올려 본다. 우리는 달콤한 말에 익숙해져 있다. 쓰디쓴 비판을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다. 쓰디쓴 진실의 말보다는 달콤한 거짓을 말하는데 더 익숙해 있는지도 모르겠다. 단 것을 좋아하는 어떤 사람이 병에 당거(danger)라고 쓰여 있는 것을 먹고는 병원에 실려 갔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꿀단지에는 꿀이라고 써야하고 독약 단지에는 독약이라고 써 넣어야만 한다. 만일 독약이 든 병에 꿀이라고 써 넣으면 어떻게 되겠는지를 생각해 보라.

대선을 앞두고 각 당의 진실 공방이 한창이다. 앞뒤가 맞지 않는 뻔뻔한 거짓말도 절대로 그렇지 않다는 진실로 가장돼 있다. 꿀이라는 단어로 포장된 독약이 든 병을 찾아내야만 한다.

대선 주자들의 장밋빛 공약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 사람만 선택하면 경제, 사회복지 문제든 모두 다 해결될 것 같은 착각마저 든다. 보이스 피싱이 아니길 바래본다. 보이스 피싱이라면 유권자들은 속지 않기를 또한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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