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파정권 종식이 무슨 뜻인가
좌파정권 종식이 무슨 뜻인가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11.12 2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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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 청 논 단
김 승 환 <충북민교협 회장>

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대표단이 한나라당 충북도당 사무실에 들어서자 사무처장이 상기된 표정으로 맞이했다. 그가 상기된 것은 11월 7일 오후 2시 30분, 대표단이 들어서던 바로 그 순간 티비(TV)에서 이회창씨의 대통령 선거 출마를 보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참으로 놀라운 장면이었다. 그래서 정치는 살아있는 생물(生物)이라고 하는 것인가 이 충격적 사건으로 인하여 '정치는 알 수 없다'는 정치 불가지론이 다시 한 번 입증되었다. 이회창씨는 한나라당을 만든 장본인이고, 두 번이나 대통령 후보가 되었던 사람이지만, 한나라당을 탈당함과 동시에 무소속 후보가 되는 것이었으니, 정치가 무엇인지 혼란스럽기만 하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것인가 부동층을 제외하면 앞도적인 비율로 보수가 우세하자 보수진영은 방만한 자신감을 가지게 되는 한편 한쪽에서 이명박 후보의 불안정성을 부각시키면서 두 정파(政派)로 분열한 것이다. 경제적 보수와 안보적 보수라는 유별난 이름도 등장했다. 안보적 보수를 자처하는 이회창씨는 분열과 출마의 변명으로 '좌파 정권을 종식시키기 위해서'라고 강조했다. 이 구호는 이미 이명박 후보가 썼던 말이다. 그런 점에서 이명박이 던진 창을 이명박에게 꽂는 형국이다. 형식논리상으로 보자면 이명박 후보로는 좌파정권을 종식시킬 수가 없기 때문에 준비된 대치(代置) 정치가로서 이회창 본인이 출마한다는 것이며, 자신이 진정한 보수라는 주장이다.

이 주장과 논리를 대하는 좌파들은 어리둥절하다. 그러니까 노무현 정권이 좌파정권이라는 것이고, 현재 범여권으로 통칭되는 후보들이 모두 좌파라는 뜻이기 때문이다. 민노당의 권영길 후보를 좌파라고 하는 것은 맞지만, 정동영, 이인제, 문국현까지 좌파라고 하는 것은 좌파에 대한 모독이다. 아마 당사자들도 부정할 것이다. 물론 정형근씨나 조갑제씨가 주장하는 것과 같이, 한국의 좌파는 유럽의 좌파와 달리 남북관계가 기준이 되어야 하기 때문에 그런 관점에서 관형격 수식어를 삽입하여 '친북좌파'라는 어휘를 써 볼 수가 있다. 친북은 관계를 표현하는 어휘이고 좌파는 이데올로기를 표현하는 어휘라서 조어법의 원리에는 맞지 않지만, 그 대신 '친미보수'라는 어휘도 있으므로 둘 다 화용론적으로는 가능하다. 하지만 좌파의 원리나 구조 그리고 좌파정당의 정책과 이데올로기의 관점에서 볼 때, 노무현 정권은 좌파 정권이 아니며 범여권의 후보들 또한 좌파 정치가들이 아니다.

더 희한한 주장도 있었다. 극단적 보수 논객 조갑제는 최근 "이명박 후보가 보수로 회귀하지 않으면 지지율이 20%까지 폭락할 것"이라고 발언했다. 이명박 후보가 보수가 되어야 한다는 이 논지는 이명박 후보가 진보, 그러니까 좌파적 성격이 있다는 뜻이어서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조갑제의 근거는 "안보와 이념을 중심과제로 설정"해야만 보수라는 것이고 남북 분단체제 속에서는 조선(朝鮮)에 대한 태도가 이념을 구분하는 기준인데 이명박의 대북정책은 좌파와 유사하다는 것이다. 참으로 해괴한 구분법이다. 이회창씨나 조갑제씨의 관점처럼 극우 보수나 우파의 입장에서 보면 현 정권이나 범여권이 좌파일 수 있고 이명박 후보가 진보일 수는 있다. 그러나 사상의 지형도(地形圖)로 보면 이들 모두 진보도 아니고 좌파는 더욱 아니다. 노무현 정권은 부분적으로 진보의 성향이 있는 중도우파정권이고 이명박 후보는 자신들보다 왼쪽에 있을 뿐 진보가 아니다.

필자 개인적으로는 보수우파가 정권을 잡는 것도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당연한 것이지만 좌파가 정권을 잡을 수 있고 우파도 정권을 잡을 수 있으면서 서로 교차하여 정권을 운영하고 정강정책(政綱政策)을 실현하는 것이 민족과 사회를 위하여 좋다. 그런 점에서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는 격언은 우파보수에게도 해당되는 말이다. 그 전제는 진정한 우파, 진정한 좌파가 정상적으로 존재할 때다. 매우 불행하게도 한국사회는 아직 진정한 우파, 진정한 좌파가 없거나 미완성이다. 진정한 좌파가 있고 또 진정한 우파가 있어서 번갈아 국정(國政)을 운영하는 민주주의의 그날은 또 언제 오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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