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 든 구룡산, 아파하는 구룡산
단풍 든 구룡산, 아파하는 구룡산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11.12 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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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칼럼
박 완 희 사무국장 <원흥이생명평화회의>

가을이 깊어가면서 구룡산 곳곳에도 단풍이 절정에 이르고 있다. 주로 리기다소나무와 상수리나무, 아카시나무 등이 구룡산의 식생을 대표한다. 설악산이나 내장산만큼은 아니더라도 등산객들은 떨어진 낙엽을 밟으며 산길을 걷는 즐거움이 솔솔할 것이다.

지난해 구룡산 겨울옷 입히기라는 행사를 진행한 적이 있다. 도로변 가로수에서 떨어지는 낙엽을 모아 구룡산 등산로 길에 뿌려주는 활동이었다. 많지는 않았지만 자발적으로 산 아래에서부터 낙엽을 지고 올라가 등산로에 뿌려주는 시민들이 적지 않았다. 등산로에 소복이 쌓인 낙엽은 시간이 지나면서 형체를 찾을 수 없이 사라진다. 약 3주가 지나고 나니 맨흙이 그대로 드러나고 말았다. 결국 사람들이 밟는 압력이 그만큼 크다는 것을 반증한다. 맨흙이 그대로 드러나면 얼마 가지않아 나무뿌리들이 드러난다. 지금 구룡산 곳곳에서 나무뿌리를 흔하게 볼 수 있다. 이대로 지속되면 결국 나무들이 하나 둘 죽어가게 될 것이다.

또한 구룡산에 대한 하루 이용객이 늘어나면서 생기는 문제 중에 하나가 새로이 만들어지는 등산로다. 특히 주변지역의 아파트 입주가 시작되면서 곳곳에 새로운 등산로가 만들어지고 있다. 거미줄처럼 빽빽하게 늘어나는 등산로는 구룡산의 야생동물들이 살아갈 수 없게 만든다.

최근 들어 구룡산 훼손의 가장 큰 문제 중에 하나는 텃밭의 증가다. 구룡산 38만평은 근린공원으로 지정되어 있다. 토지소유주 이외에 근린공원 지역에서는 경작행위가 금지되어 있다. 특히 숲을 훼손하고 이루어지는 경작행위는 불법으로 처벌을 받게 된다.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인 단속이 이루어지지 않아 산남 3지구쪽 구룡산 자락의 곳곳에는 텃밭이 만들어지고 있다. 두꺼비들이 살아갈 공간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최근 두꺼비 발신음 조사를 통해 확인된 것은 겨울잠 지역이 산의 정상부가 아니라 아래쪽이다. 결국 텃밭이 들어서고 있는 곳이 두꺼비들의 겨울잠 지역인 것이다.

구룡산은 청주시민들의 산이며, 또한 야생동물들의 산이기도 하다. 며칠 전 산남동에서 오랫동안 살아온 할아버지를 만나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산남3지구 개발로 사라진 여우골에는 여우가 살았다고 한다. 그리고 살쾡이를 비롯하여 많은 짐승들이 있었다고 한다. 지금 구룡산에 여우를 되돌아오게 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지금 살고 있는 야생동물들이라도 지속적으로 살아가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섬으로 단절된 구룡산에서 다시 섬이 만들어져 오갈 데 없는 고라니들이 작은 숲에 모여들고 있다. 결국 구룡산은 야생동물들의 퇴로가 없어 들어오면 죽어나가게 될 블랙홀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두꺼비의 서식지로 잘 알려진 구룡산의 생태보전을 위해 시급히 생태경관보전지구, 또는 야생동식물보호구역 지정 등 법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다. 등산로 이용실태에 대한 조사를 통하여 무분별하게 늘어나는 등산로를 폐쇄하고 등산로 휴식년제 도입 등을 적극적으로 검토하여야 한다. 텃밭 등의 불법 경작행위에 대한 철저한 단속과 주말농장 등의 적극적인 대책이 함께 세워져야 한다. 또한 구룡산 이용자들을 위해 등산이 아닌 탐방의 개념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제대로 된 모니터링 실시 후 생태탐방로 조성이 이루어져야 한다.

더 늦기 전에 구룡산에 대한 종합적인 생태보전대책을 수립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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