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추구하는 공공의료, 세계기록유산 `동의보감'
세계가 추구하는 공공의료, 세계기록유산 `동의보감'
  • 서준수 유네스코 국제기록유산센터 전문관
  • 승인 2024.04.17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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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포럼
서준수 유네스코 국제기록유산센터 전문관
서준수 유네스코 국제기록유산센터 전문관

 

<동의보감>이 탄생한 시대적 배경은 전쟁의 참혹함이었다. 임진왜란이라고 잘 알려졌지만, 세계사적 맥락에서 이 전쟁은 향후 한중일 국제관계의 지각변동을 일으켰던 사건이라는 점에서 동아시아 국제전쟁으로 이해할 수 있다.전쟁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기까지 수백 년의 시간을 더 필요했을 정도로 파괴된 조선에서 일상을 회복하기 위한 노력 중 하나는 국가가 기본적인 의학 지식을 대중에게 보급하는 것이었다. <동의보감>이 2011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서 전 세계가 공유할 수 있는 보편적 가치를 인정받게 된 것은 바로 국가가 국민의 의료복지를 책임지는 `공공의료'의 성격에 있다.

의서 편찬의 필요성에 대해 선조 임금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요즈음 중국의 의서를 보면 모두 용렬하고 조잡한 것만 모아 놓아 볼 만한 것이 없다. 마땅히 여러 의서를 널리 모아 놓아 볼 만한 것이 없다. 마땅히 여러 의서를 널리 모아 하나의 책으로 편집하라. 또한 사람의 질병은 모두 조리와 섭생의 잘못에서 생기는 것이므로 수양을 우선으로 하고, 약물은 그 다음이어야 한다. 여러 의서가 너무 방대하고 번잡하니 그 요점을 가리는데 힘써야 한다. 가난한 시골과 외딴 마을은 의사와 약이 없어서 일찍 죽는 자가 많다. 우리나라는 향약이 많이 나나 사람들이 그것을 알지 못하니, 마땅히 이들 약물을 분류하고 향약명을 함께 써서 백성들이 알기 쉽게 하라.”

선조 임금이 말한 이 대목은 오늘날에 적용해도 동일한 문제와 최선의 해결방식을 말하고 있다. 첫째, 질병이 평소 먹는 음식이나 건강관리에 소홀해서 생긴다고 보고 있다는 점은 일상에서의 문제를먼저 바라본다는 점이다. 둘째, 시골과 외딴 마을은 의료에 대한 접근이 어렵다는 점이다. 셋째, 의술과 약이 없어서가 아니라 어떤 약을 어떻게 먹어야 하는지를 알 수가 없다는 점이다. 수백 년이 지난 오늘날 우리가 사는 시대에도 놀라우리만치 똑같은 문제점들이다.

선조 임금이 제시한 해결책과 그에 따른 <동의보감>의 탄생은 국가 차원의 국민 보건 사업으로서 공공의료와 예방의학의 확립을 통해`백성들이 알기 쉽게'하는 것에 방점을 두었다.많은 의사와 많은 병원이 아닌, 각자가 생활습관과 약에 대한 지식을 가지도록 하는 것이다. 오랜 시간과 많은 비용이 드는 의사와 의료시설에만 전적으로 의존하거나 질병이 발생했을 때에만 대응하는 형태가 아니라, 개개인이 의학에 대한 지식을 가질 수 있도록 하여 자신의 몸을 스스로 가꾸고 지키는 지혜를 기르게 하려는 수준 높은 공공의료에 대한 접근이라 할 수 있다.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은 세계 보편적 가치를 가진 기록유산의 보편적 접근을 강조하고 있다. 인류 문명의 지식을 담은 기록이 모두의 삶을 풍요롭게 발전시켜왔다는 신념 때문일 것이다. 구텐베르크 성경은 종교 서적의 보급뿐만 아니라 인쇄술의 발전으로 대중에게 빠르게 지식을 보급하는 혁신을 통해 르네상스라는 시대로 나아가는 혁명을 일으킨 상징으로 평가받는다. 2030년까지 전 세계 모든 나라들이 이루어야 할 `지속가능개발목표', 건강과 복지에서 예방과 치료를 위한 국가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동의보감>의 세계적 중요성은 지금도, 미래에도 유효함을 나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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