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치트 키를 써야 할 때
지금은 치트 키를 써야 할 때
  • 김상은 충북도의회 의정지원관
  • 승인 2024.04.07 16:3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열린광장
김상은 충북도의회 의정지원관
김상은 충북도의회 의정지원관

 

필자는 얼마 전 충북의 외국인 정책 제언을 위해 일부지만 국내외의 연구를 살펴보며 지자체마다 쏟아져 나오는 획일화 된 다문화 정책들에 대해 회의감을 느꼈다.

1990년대부터 다문화 정책이 시작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외국인 주민은 아직도 낯선 이방인이며, 외국인과 관련된 다양한 문제들은 지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외국인 인구 유입을 넘어 이민청 유치를 준비하고 있는 우리 도는 다른 지자체와는 차별된 외국인 정책이 필요한 시점인 것 같다.

충북은 대한민국의 중심에 위치해 있어 공항, 기차역 등 외국인의 접근성이 좋고, 유학생을 유치할 수 있는 많은 대학과 외국인 근로자를 필요로 하는 제조업이 다수 포진되어 있다.

또한 주조·용접 등 뿌리 산업과 스마트 농업 같은 신기술을 배울 수 있는 환경도 조성되어 있다. 이 정도만 보아도 충북은 외국인이 살기 좋은 도시로서의 가능성이 보인다. 하지만 이런 조건과 환경은 타 시·도에서도 비슷하게 내놓고 있는 정책이다.

여기서 우리는 우리만의 `치트 키(Cheat Key)'가 필요하다. 게임 용어인 `치트 키'는 게임의 다음 단계로 넘어갈 때 쉽게 넘어가기 위해 사용되는 소위 `깜찍한 기술'이라고도 할 수 있다.

필자는 오랜 유학 생활을 보냈고, 현재는 다문화 가족으로 살며 어떤 곳에 살고 싶은가에 대해 자주 고민하곤 한다. 짧지만 그동안의 경험에 비추어 보아 정책의 현장에 가까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각종 지원과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곳보다는 국적을 떠나 한 명의 인간으로서 존중 받을 수 있는 곳에 더 마음이 간다. 그래서 필자가 살고 있는 우리 도의 치트 키는 다른 지자체에서는 느낄 수 없는 따듯한 `인간다움'이었으면 한다.

충북의 외국인 정책에 대한 필자의 세 가지 치트 키는 다음과 같다. 첫 번째로 충북의 미래가 될 다문화 2·3세와 부모를 따라 중도 입국한 아이들에 대한 정서적 지원이다. 충북은 지난해와 비교해 외국인 아동이 2.5배나 증가했다. 한국 적응을 위한 언어, 문화교육 등에도 불구하고 한국과는 다른 부모의 양육 방식과 환경으로 인해 정체성의 혼란을 겪을 가능성이 높아 아이들의 마음을 돌봐줄 수 있는 지원이 필요하다.

두 번째로 3D업종과 농업 등 근로 여건이 좋지 않은 현장에서 근무하는 외국인의 인권 보호, 정주 여건 개선, 의료 지원, 산업재해로부터의 안전 등 아직도 우리가 시급히 개선해야 할 사항들이 산재해 있다. 특히 충북에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들은 더 좋은 근로환경을 따라 경기도와 인근 대도시로의 이주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우리 도에 사는 외국인 주민이 이방인이 되어 떠돌지 않도록 고려인의 비자 제도 개선, 불법체류자 예방 등 인도적 차원의 개선 방안들을 정부에 선제적으로 요구해야 한다. 지난해 우리 도는 도내 거주하는 고려인들을 지원하기 위해 주민과 함께 조례를 제정하며 지방의회 우수 사례 경진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이러한 사례들을 더 많이 만들어내 외국인이 살고 싶은 충북을 만드는 데 노력해야 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위대한 도시를 인구가 많은 도시로 혼동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늘어나는 인구만으로는 위대한 도시가 되지 않는다. 세계화와 함께 급속히 진행되는 다문화 현상은 우리도의 정체성을 새롭게 정의해야 할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지는 지자체들의 인구 정책 속에서 우리 도만의 치트 키는 무엇일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