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력 잃은 은행 예적금 '썰물'
매력 잃은 은행 예적금 '썰물'
  • 뉴시스 기자
  • 승인 2024.04.07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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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銀 예적금 한 달 만에 15조원 빠져
예금금리 낮아진 매력에 자산시장으로



주요 시중은행의 정기 예적금에서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있다. 자산시장이 호황을 보이면서 투자금을 끌어모으는 반면 예금 금리는 기준금리(3.50%) 아래로 떨어지면서 매력을 잃고 있어서다. 향후 금리 인하가 예고된 만큼 예금 금리 하락으로 다른 투자처를 찾는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정기 예적금 잔액은 한 달 사이 15조원 가까이 줄었다.



지난달 말 기준 5대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873조3761억원으로 전월보다 12조8740억원 감소했다. 정기적금 잔액은 31조3727억원으로 전월보다 1조8478억원 줄었다. 한 달 만에 정기 예적금에서 14조7218억원이 빠져나갔다.



본격적인 금리 인하기가 오기 전에 '막차'를 타려는 '예테크족'이 몰렸던 2월과는 달라진 모습이다. 2월에는 5대 은행의 정기 예적금으로 약 25조원이 쏟아졌다.



언제든 입출금이 가능한 요구불예금은 지난달에만 33조원가량 불어났다. 5대 은행의 수시입출금식 저축성예금(MMDA)을 포함한 요구불예금은 647조8882억원으로 전월보다 33조6226억원 증가했다. 요구불예금은 전월에도 23조원 이상 늘어났다.



요구불예금은 자산시장의 흐름을 지켜보면서 투자처를 고민하는 대기성 자금으로 취급된다. 만기를 기다려야 하는 예적금과 달리 적당한 투자처를 찾으면 즉각 자금을 이동시킬 수 있어서다.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자산 가격이 급등하고 주식 시장이 들썩이면서 자금을 예금이나 적금으로 묶어두기보다는 새 투자처를 찾으려는 금융 소비자들이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은행권 관계자는 "최근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계기로 저평가된 기업의 주가가 오르고 미국이 금리를 인하하면 주식 시장으로 자금이 유입될 것이라는 기대에 주가가 오른 점이나 가상자산의 상승세와 비교하면 은행권 예금 금리가 투자자들의 눈높이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면서 "금융 소비자들이 예금이나 적금보다 다른 투자처로 돌아선 것 같다"고 말했다.



게다가 예금 금리는 점차 매력을 잃고 있다. 2022년에는 5%대, 지난해에는 4%대를 넘어섰던 주요 시중은행의 예금 금리는 현재 기준금리 수준으로 떨어졌다. 일부 은행의 경우 기준금리보다도 낮은 금리를 제공한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5대 은행의 정기예금(12개월) 금리는 5일 기준 연 3.45~3.55%로 집계됐다. 특히 국민은행 'KB Star 정기예금'과 신한은행 '쏠편한 정기예금'의 금리는 3.45%로 기준금리보다 낮다. 하나은행 '하나의정기예금'은 3.50%로 기준금리와 같은 수준이다. 우리은행 'WON플러스예금', NH농협은행 'NH올원e예금'은 각각 3.52%, 3.55%다.



향후 금리 인하가 예고된 만큼 예금 금리는 더 하락할 전망이다. 박태형 우리은행 TCE시그니처센터 PB팀장은 "당초 예상보다 기준금리 인하 속도가 늦어질 것으로 보이지만 하반기에는 금리가 인하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은행권 예금 금리도 점차 떨어지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은행들이 만기 1년짜리 예금보다 만기 6개월 예금에 더 높은 금리를 제공하고 있다"면서도 "향후 금리 하락 전망을 고려하면 예금 가입 시 6개월 등 단기 예금보다는 중장기 예금을 택하는 편이 좋을 것으로 보인다"고 조언했다.



박 팀장은 "다만 현재 시중 은행의 예금 금리는 매력도가 많이 떨어졌다"면서 "이제는 금융 소비자들이 예금보다는 다른 자산에 대한 관심을 많이 가지는 편"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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