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을 위한 투자
내일을 위한 투자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11.01 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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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천
심 억 수 <시인>

산과 들이 지쳐 건조해 지고 푸르기만 했던 오곡백과가 저마다의 색깔로 산천을 아름답게 수놓는 가을이다. 지난 휴관일 우리 직원 40여명은 활기찬 직장분위기 조성과 자기성찰을 통한 업무혁신의 계기를 위하여 안흥만으로 문화답사를 떠났다.

내륙에 사는 우리들은 지리적 특성으로 바다를 보기가 쉽지 않다. 반복되는 일상에서 벗어나 자연과 동화되어 바다를 향해 떠난다는 홀가분함 때문인지 벌써 마음은 바다가 된다.

차창에 어리는 가을 풍광은 거대한 파도로 나에게 달려와 내 가슴을 마구 흔들어대더니 이제는 짭조름한 바다 냄새를 덮어 씌운다. 나만 그런 감상에 젖는가하고 주위를 둘러보니 직원들 모두의 얼굴엔 생기가 넘친다. 딱딱한 사무실을 벗어나 하루쯤 이런 자기성찰의 기회를 갖는다는 것은 내일을 위한 투자이리라.

조선시대 중국의 사신을 영접하고 바다로부터 침입하는 적을 막기 위하여 구축된 안흥성에 도착하니 성문 하나만 외로이 우리를 맞아준다. 동학혁명 때 성내의 건물이 모두 소실되어 폐성되었다고 하니 안타깝기만 하다. 지금의 성내에는 백제의 고승 혜명스님이 세웠다는 태국사가 이름에 비하여 전통사찰의 규모와 멋을 잃은 초라한 모습으로 자리하고 있다. 절에 들러 부처님께 삼배를 올리고 안흥만으로 향했다.

항구에 정박되어 있는 어선들이 정겨움을 더한다. '서해의 소금강'이라고 불릴 정도로 아름다운 주변 경관을 돌아보는 유람선에 올랐다. 어디서 날아들었는지 갈매기가 우리들을 따라 오고 있다. 새우깡을 던져 주면 잽싸게 낚아채 가는 모습에 직원 모두가 즐거워한다.

자연에 순응하는 것이 아닌 인간이 던져주는 새우깡 나부랭이에 길들여져 목숨 걸고 달려드는 갈매기가 삶이란 굴레에 길들여져 그저 감내하는 나와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새로운 것을 찾아야지' 하고 유람선 뒤로 허연 거품을 뿜어대며 멀어져 가는 바다의 눈물을 바라보지만 그 해답은 요원하기만 하다.

직장에서 상급기관의 공문에 의한 업무처리에 길들여져 전임자가 추진해 놓은 업무를 무사안일로 답습하여 시행착오를 겪은 적은 없었는지 생각하는 순간 바다위로 거대한 사자 한마리가 불쑥 올라 늠름한 모습으로 중국을 향하여 포효한다. 사자바위가 태안반도를 중국으로부터 보호한다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온다고 한다. 아마 늘 외세의 끝임 없는 침략으로부터 나라를 지키고 싶은 소망이 담겨있지 않나 싶다.

TV의 애국가 배경으로 나오는 독립문과 돛대 바위를 실제로 보니 감회가 새롭다. 우스꽝스러운 코주부 바위를 뒤로하고 여자바위가 세찬 파도를 이기며 병풍처럼 서있다. 여자들이 섬을 떠나지 않게 해마다 제사를 지냈다는 제단이 지금도 여자바위에 남아 있는 걸 보면 고단한 섬생활에 지친 여자들이 섬을 떠나는 일이 다반사였나 보다.

힘들고 어려운 일은 하지 않으려고 하는 세상이고 보면 어찌 섬을 떠나려 했던 여자들만을 탓할 수 있으랴 그 여인들도 나름대로 희망을 찾아 떠나려했던 것처럼 누구나 크고 작은 소망들을 안고 살아간다.

"오늘의 문화답사가 직원 여러분들의 삶에 활력소가 되어 조화롭고 행복한 직장생활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우리 자신을 위해 박수를 보내자"는 기관장의 당부에 사무실에서 힘들고 짜증스러웠던 일, 업무가 잘 풀리지 않아 고민했던 일들을 넘실대는 파도에 실려 보내고 바다처럼 포용할 줄 아는 아량을 가슴에 안은 뜻 깊은 나의 성찰의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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