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탁비는 이야기로 받습니다. 산복 빨래방'
`세탁비는 이야기로 받습니다. 산복 빨래방'
  • 김세원 중원교육도서관 사서
  • 승인 2024.04.01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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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권하는 행복한 책 읽기
김세원 중원교육도서관 사서
김세원 중원교육도서관 사서

 

산복 빨래방?! 어디서 많이 들어봤는데~ 아!!! 유튜브~

나는 이 도서 `세탁비는 이야기로 받습니다. 산복 빨래방'(김준용· 이상배 저, 남해의 봄날, 256쪽)을 접하기 전 유튜브를 통해 산복 빨래방을 먼저 알게 되었다.

부산일보 기자들이 산복 마을인 부산의 호천 마을에 빨래방을 열어 주민 어르신들과의 끈끈한 정을 나누는 모습을 유튜브를 통해 재밌게 시청했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인지 책을 읽는 내내 책 속의 내용이 영상과 오버랩 되면서 그 즐거움을 배가시켰던 것 같다.

`산복'은 산에 가파르게 기울어져 있는 곳'을, `산복도로'는 산의 허리를 지나는 도로를 의미한다.

6·25 전쟁 당시 부산으로 밀려드는 피난민들에 의해 만들어진 산동네 달동네. 1960년대 그 주변으로 신발공장, 고무공장들이 생기며 부산의 삶의 터전이 되었던 부산의 근현대사를 이끈 그 시절 상징적인 부산의 대표적인 동네가 바로 산복마을이다. 하지만 현재는 낡고 불편한 생활 인프라와 고령화로 인해 급속히 작아지며 역사적 가치를 뒤로 한 채 소멸되어 가고 있는 동네이기도 하다.

이 도서는 세상 불편한 산복 마을에 기자들이 빨래방을 열게 된 이유, 그리고 힘들었던 과정들을 생생하게 담고 있었다. 또한 지역 어르신들의 세탁물을 깨끗이 세탁해 드리면서 세상 어디에서도 얻지 못할 산복 마을 어르신들의 추억을 그 비용으로 대신하며 이야기를 이어나가고 있었다.

`한국전쟁과 산업화 시기를 살아낸 산복도로 사람들의 굴곡진 생애는 분명 젊은이들을 감동시킬 힘이 있으리라. 관심을 갖고 이야기를 듣지 않으면 그 감동을 전할 방법이 없다.'(188쪽)

부산일보 기자들은 동네 어르신들의 신발공장에 근무하시던 경험담, 동네에 정착하게 된 슬픈 사연은 물론 젊은 시절 애틋한 연애담까지 전하며 부산지역 근현대사의 산증인인 산복 마을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몸으로 직접 체험하고 경청하며 그 지역의 정체성과 가치를 젊은이들에게 알리고 있었다.

기자들이 그저 산복도로를 오르내리며 주민 취재라는 목적 달성을 위한 형식적인 대화만 나누었다면 진정성 있고 깊이 있는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이끌어 낼 수 있었을까? 그건 분명 쉽지 않았을 것이다. 빨래방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지역주민과 마음을 함께 나누며 마음속 정이라는 꽃을 피워 그 향기를 함께 공유하였기에 가능했던 일일 것이다.

다른 누군가의 마음을 열어 나의 마음과 연결시킨다는 것, 그리고 함께 울고 웃을 수 있는 마음을 공유한다는 것, 그것은 분명 거짓과 가식으로는 이루어질 수 없는 세상 가장 어려운 일 중 하나일 것이다.

`목적 없는 타인에 대한 관심' 이것이 이 어려운 과정을 이겨낼 시작점이 아닐까?라고 생각하며 오늘의 글을 마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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