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도청의 미술관 건립 발표에 대하여
충북도청의 미술관 건립 발표에 대하여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10.29 2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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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김 승 환 <한국문화관광정책연구원 객원연구원, 충북 민예총 고문>

지난 25일, 충청북도 도청은 오는 2010년까지 350억원을 투입해 도립미술관을 건립하겠다고 발표했다. 나는 이 발표가 충청도청 문화예술정책의 난맥(亂脈)을 드러내면서 예술계와의 갈등과 대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지울 수 없다.

충북도청이 밝히고 있듯이 도립미술관 건립은 문화예술계 숙원사업 중의 하나였고, 도지사직 인수위원회에서 점검한 사업이다. 그러나 공약사항이나 인수위원회의 정책이라고 하더라도 먼저 발표를 하고 후에 인정하라는 식의 통치적 행정보다는 충북 시민의 의견을 더 많이 수렴하는 민주적 협치(governance) 행정의 틀을 갖추었어야 한다.

특히 문화예술정책은 충북도청이 발간한 '충청북도 장기발전계획'과 같은 중장기적 전망과 예측 속에서 결정되어야 하는 것이지 도립예술단 창단이나 도립미술관 건립 논의와 같이 단기적인 것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한 가지를 회고해 보자. 지난 2003년 5월 22일 충북도청 대회의실에서 충청북도 문화정책에 대한 토론회가 열렸다. 충북도청의 문화정책에 문제가 있다는 분석으로부터 미래의 전망에 이르기까지 진지한 토론이 이어졌다.

당시 문화예술계에서는 이원종 지사의 문화예술 정책이 답습행정(踏襲行政)에 머무르고 있다는 비난이 비등했다. 토론회에서는 그런 점을 의식한 이원종 지사께서 향후 문화예술을 중요한 정책으로 두겠다는 확약에 이어 도청의 대표로 나선 심상결 문화관광국장은 여러 가지 계획과 전망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그 이후로도 충북도청의 문화예술정책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생각할수록 씁쓸하거니와 2003년에 충북민예총이 문제를 제기하여 대립 전투적인 상황이 벌어졌을 때, 도청 공무원들 중에는 이 문제제기를 예산투쟁이나 시시비비(是是非非)로 이해하는 경우가 있었다.

특히 문화관광국의 공무원들은 격앙된 반응을 보였지만 거꾸로 문화예술계 인사들은 크게 절망했다. 가슴이 열려 있어야 할 공무원들이 '지방정부 문화정책은 전망을 가져야 한다'는 제안과 쟁점을 감정적 대립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일전에 나는 기자들 앞에서 '도립미술관이 건립된다면 그것은 청주가 아니라 다른 지역이어야 한다'라고 발언했다. 그것은 충북 전체를 균등한 시각에서 총체적으로 바라보아야 한다는 뜻이었다. 충청북도 안에서도 분권, 분산, 균형의 원리가 지켜져야 한다는 이 발언의 취지는 소당연(所當然)한 것이어서 재론할 필요조차 없다.

충청북도 13조원의 투자를 가능케 한 하이닉스 청주공장 증설의 기본원리가 바로 수도권인 중앙 집중의 해체라는 정책이지 아니었던가 그런데 도립미술관 용지를 청주시 주중동 밀레니엄 타운으로 어느 정도 정해 놓고서 타당성을 검토하겠다는 것은 원리상 충북의 주장을 충북이 부정하는 것이다.

이에 관한 사례가 있다. 2000년 박재식 국장 재임 시절에 천년대종 건립 문제가 논란이었다. '이원종의 종(鐘)이 천년 동안 울릴 것이다'라는 천년대종 건립 자체도 문제였지만 당시 충주 중앙탑 주변 용지를 검토하다가 결국 청주 예술의 전당 마당에 설치되고 말았다.

지금은 기억에서 사라졌는지 모르지만 당시 충주시민들은 패배감에 울었고 분노감에 떨었다. 결과적으로 모든 것을 청주중심으로 결정하는 그것은 맬더스적(Malthusian) 원리 즉, 인구수가 최종의 결정권이라는 절망감만 증폭시켰다.

그렇다면 언제나 서울 중심이 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항차 이럴진대 청주만을 생각하고 청주에 집중하는 정책이 과연 현명하고 타당하며 원리원칙에 맞는 것인가 청주 이외의 지역은 청주의 내적 식민지(inner colony)인가 도립미술관 건립에서 청주중심주의를 또 어떻게 합리화할지 자못 궁금하거니와 도립미술관 건립 문제의 핵심은 절차적 민주성을 갖추고 충북 전체를 평등하게 이해하며 그 바탕에서 장기적 전망으로 문화예술정책이 결정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부디 4년 후 정우택, 신동인 두 분을 거론하면서 문화예술에 대한 글을 쓰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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