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도때도 없이” … 여론조사 전화에 유권자 피로감
“시도때도 없이” … 여론조사 전화에 유권자 피로감
  • 엄경철 기자
  • 승인 2024.01.08 20:0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통신사, 정당 등에 가상번호로 휴대전화 번호 제공
비용 지불땐 원하는 만큼 가능 … SNS 차단법 공유도
“불신·일상 지장 … 정치권 조사 요청 횟수 줄여야” 지적
첨부용. /사진=뉴시스
첨부용. /사진=뉴시스

 

“일주일에 서너번은 걸려오는 것 같아요. 선거 때는 선거 때다 싶으면서도 너무 지나치지 않나 싶어요.”

직장인 김모씨(52·청주시)는 요즘 시도때도 없이 걸려오는 여론조사 전화에 일상의 흐름이 끊기기 일쑤다. 근무시간은 물론 퇴근 후, 주말도 없이 울려대는 여론조사 전화 스트레스에 휴대전화를 던져버리고 싶은 충동을 느낄 때가 한두번이 아니라고 한다.

4월10일 열리는 22대 국회의원 선거가 3개월 앞으로 다가오면서 각종 여론조사가 수시로 진행돼 유권자들의 피로감이 커지고 있다.

여론조사는 각종 사안에 대한 국민의 생각을 읽을 수 있는 지표로 총선을 앞두고 그 중요성이 작지 않지만 소셜미디어(SNS)에는 여론조사 전화를 받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게시물마저 공유되고 있다.

김씨는 “채권추심도 저녁 9시 이후에는 못하게 하는데 여론조사 전화는 시간을 가리지 않고 와 일상에 상당한 지장을 받고 있다”며 “처음엔 무슨 여론조사인가 싶어 답변을 했는데 요즘은 너무 많아 여론조사라는 네글자만 나와도 그냥 끊어버린다”고 말했다.

이어 “내 번호를 어떻게 알았는지 불쾌하고 `혹시 번호가 팔렸나' 하는 의심도 든다”고 덧붙였다.

현재 유권자의 휴대전화 번호는 공직선거법 제57조의8, 제108조의2 등에 따라 이동통신사업자로부터 여론조사기관에 제공된다. 이때 전화번호는 지역·성·연령대 등 특성에 맞춰 `050'으로 시작되는 가상번호 형태로 제공한다.

휴대전화 가상번호를 받은 정당 또는 기관 등의 대상은 유효기간이 지난 후 가상번호를 즉시 폐기해야 한다. 법적으로는 정당이나 기관에 유권자의 번호가 계속 보관될 일은 없는 것이다.

정당 또는 기관은 이동통신사업자에 비용을 지불한 후 휴대전화 가상번호 생성을 요청할 수 있다. 비용만 낸다면 원하는 만큼 여론조사를 시행할 수 있는 셈이다.

여론조사는 정치·사회적 사안이나 정책 등에 대한 국민의 생각을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고 총선을 앞두고 그 중요성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지만 부쩍 자주 걸려오는 여론조사 요청 전화 탓에 불쾌감을 호소하는 유권자도 적지 않다.

또 다른 직장인 정모씨(39·청주시)는 “여론조사가 무분별하게 이뤄지면서 일상에 불편을 주고 선거와 정치권에 대한 외면과 불신을 키우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심지어 얼굴조차 모르는 한 예비후보에게는 당에서 여론조사를 진행 중이니 잘 답변해달라는 문자메시지까지 보내왔는데 과연 이게 누굴 위한 여론조사인지 모르겠다”고 쓴소리를 했다.

엑스(X·옛 트위터) 등 SNS에서는 이동통신사별 `여론조사기관 가상번호 제공 거부' 방법이 공유되기도 한다.

SKT, KT, LG유플러스 등 통신사별 특정 전화번호에 전화를 걸면 해당 이동통신사가 여론조사기관에 가상번호 형태로 휴대전화 번호를 제공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해당 번호로 전화를 걸면 `귀하의 전화번호의 수신거부 처리가 완료됐다' 혹은 `해당 전화번호의 가상번호 제공 거부 등록이 완료됐다' 등의 안내 문구가 나온다.

여론조사에 대한 유권자의 피로도가 커질수록 응답률이 낮아지는 것은 물론 성의 있는 응답 가능성도 작아지기 때문에 정당의 여론조사 요청 횟수를 줄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엄경철 선임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