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묾과 떠남
머묾과 떠남
  • 방선호 수필가
  • 승인 2023.12.21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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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방선호 수필가
방선호 수필가

 

생자필멸(生者必滅)이란 말이 있다. 태어난 것은 반드시 멸하게 된다는 말이다. 회자정리(會者定離)와 거자필반(去者必返)이란 말도 있다.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고, 떠남이 있으면 돌아옴이 있다는 말이다. 한해가 저물어가는 끝자락에서 만나는 사자성어는 그 의미도 다른 여느때보다 깊게 들어온다.

이와 일맥상통하는 의미로 주역에는 `무평불피(无平不陂) 무왕불복(无往不復)'라는 말이 있다. 즉, 비탈진 고개 없는 평지는 없고, 돌아옴 없는 떠남이 없다는 가르침이다. 오르막으로 말미맘아 내리막이 있고, 어둠으로 말미암아 밝음이 있는 것이 세상 돌아가는 이치인 까닭에 인간관계는 물론이고, 직장 및 직업과의 인연도 맺고 끊음이 없을 수 없다.

만남과 헤어짐, 입사 및 퇴사 등도 마찬가지다. 현상 그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평정심의 마음으로 그때그때 상황에 맞게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만나고 헤어지고, 입사하고 퇴사하면 그뿐인 것이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반드시 이래야만하고 저래선 안 된다고 고집하고 집착함으로써 전전긍긍할 필요는 전혀 없다.

자기 자신과 직업 및 직장은 서로 Win-Win하고 상상(相生)하며 서로가 서로를 발전시키는 동반자적 관계여야 한다. 그렇지 않고 서로가 서로를 수단으로 이용하는 관계라면 미련 없이 정리하고 떠나는 것이 타당하다.

이 같은 까닭에 공자님은 평생을 `가이사즉사(可以仕則仕) 가이지즉지(可以止則止) 가이구즉구 (可以久則久) 가이속즉속(可以速則速)'즉, 벼슬할 만하면 벼슬하고, 그만둘 만하면 그만두며, 오래 머물 만하면 오래 머물고, 속히 떠날 만하면 속히 떠나셨다고 한다.

인구감소 및 인공지능 로봇에 따른 직업 환경의 변화 등으로 구직난이 심각하다.

시대의 흐름을 예비하지 못한 기성세대의 책임이 크지만, 어쩔 수 없이 일정 부분은 젊은이들이 짊어져야 할 몫이며, 21세기를 이끄는 리더로 우뚝 서야 할 주역 또한 젊은이들이다.

따라서 눈앞의 상황 및 기성세대를 탓하면서 무의미한 시간을 낭비하기보다는 태산 같은 부동심으로 끊임없는 자기 계발과 연단을 통해 눈앞에 닥친 어려운 시대적 난제들을 해결하는 데 전념해야 한다.

`불환무위(不患無位) 환소무립(患所以立) 불환막기지(不患莫己知) 구위가지야(求爲可知也)' 즉, 벼슬자리가 없음을 걱정하지 말고, 벼슬에 합당한 능력을 가지지 못함을 근심하며,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이 없음을 걱정하지 말고, 남이 알아줄 만한 능력을 갖추는 데 힘쓰라는 공자님의 말씀이 새삼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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