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지참금
결혼 지참금
  • 이재경 기자
  • 승인 2023.12.18 19: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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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이재경 국장(천안주재)
이재경 국장(천안주재)

 

지난 10월 충남 아산에서 끔찍한 사건이 벌어졌다.

광주광역시에서 인천공항을 향해 택시를 타고 가던 40대 남성 A씨가 도중에 택시 기사 B씨를 살해하고 B씨의 통장에 있던 1000만원을 계좌이체로 인출해 태국으로 달아났다.

경찰은 태국 사법당국과의 신속한 공조로 사건 발생 11시간만에 현지에서 범인을 검거해 한국으로 송환, A씨를 구속 기소했다.

A씨의 범행 동기는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경찰 수사 결과 A씨는 태국 여성과 결혼을 하려고 했지만 지참금을 마련할 돈이 없자 범행을 저질렀다.

태국에서는 남성이 여성과 결혼을 하려면 신부의 집에 일종의 보상의 차원에서 거액의 `신솟(Sin Sod)'이라는 지참금을 내야한다.

신랑측이 신부를 잘 키워준 신부 집안에 대한 보답의 의미로 주는 돈인데 신랑의 경제적 능력을 가늠하게하는 지표이기도 하다.

그런데 태국에서 이 신솟이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어처구니없게도 살인까지 저지른 A씨의 사례처럼 태국 현지에서도 신솟을 마련하지 못해 강도로 나서는 예비 신랑들이 있다.

실제 태국 북부의 깜팽팻 지역에 거주하는 한 남성은 양가가 합의한 신솟 비용 10만바트(약 370만원)를 마련하지 못해 대낮에 한 가정집에서 1만바트를 훔치다 잡혀 쇠고랑을 찼다.

태국의 신솟 문화는 출산률 저하 등 심각한 문제를 낳고 있다. 태국은 현재 개발도상국으로는 이례적일 정도로 합계 출산율이 1.0(2022년 기준)까지 떨어져 경고등이 켜진지 오래다. 한국의 저출산률을 따라잡을 태세다. 그 중심에 신솟 문화가 있다. 신솟 때문에 결혼을 포기한다는 청년들이 점점 늘고 있다고 한다.

신솟은 신부측 경제 형편이나 학력에 따라 가격이 정해진다. 보통 대학을 졸업한 신부의 신솟 가격은 약 30만 바트(1100만원)인데 태국 현지 물가를 고려하면 한달 월급이 우리 돈으로 약 70만원 정도이니 1년6개월치 급여를 한푼도 쓰지 않고 모아야하는 액수다.

통계청이 지난 15일 `한국의 사회 동향 2023'이란 보고서를 발표했다. 2022년 기준으로 한국 청년들의 결혼에 대한 의식을 조사했는데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20대 한국 여성 중 `결혼을 반드시 해야하거나 하는 것이 좋다'고 응답한 사람은 27.5%에 불과했다. 10명중 2.7명만이 결혼에 대해 긍정적이었으며 나머지 72.5%의 20대 여성들은 결혼을 할 생각이 없다고 응답한 것이다.

15년 전인 2008년 같은 조사에서는 결혼을 하는 것이 좋다고 응답한 여성의 비율이 절반 이상인 52.9%에 달했다. 14년 사이 결혼을 하지않겠다는 인식을 가진 여성이 두 배로 증가한 것이다.

30대 여성층 역시 비슷한 수치로 결혼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었다. 결혼을 해야하거나 하는게 좋다고 응답한 비율이 31.8%에 불과했다. 결혼을 하지않는 이유를 물었더니 20, 30대의 33%가 결혼 자금 부족을 원인으로 꼽았고, 출산과 양육 부담이 11%, 고용상태가 불안정하기 때문이 10.6%(20대), 결혼 필요성을 못 느낌이 17% 등으로 나타났다.

20~30대 여성 10명 중 7명이 비혼을 생각하고 있는 대한민국. 이제 우리나라도 지참금 많이 내는 남자만 결혼할 수 있는 세상이 돼가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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