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분은 누구신가?
그분은 누구신가?
  • 장홍훈 양업고 교장(세르지오 신부)
  • 승인 2023.12.07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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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자의 목소리
장홍훈 양업고 교장(세르지오 신부)
장홍훈 양업고 교장(세르지오 신부)

 

12월8일이다. 이날을 숫자풀이 해보자. 한 해는 열두 달이고 하루는 열두 시간이다. `열둘'은 중국, 바빌로니아, 이집트에서 대우주를 상징하며 열둘을 중심으로 하는 십이진법을 취한다. 성경에서도 열둘은 이스라엘의 지파를 비롯한 예수의 제자 그리고 천상 예루살렘 성문의 숫자를 의미한다.

여덟을 뜻하는 `팔'자는 사람의 운명을 정한다. 성경에서는 `여덟'은 `새로운 출발'을 의미하기도 한다. 홍수로 인류를 멸망시키신 하느님은 노아를 선택하고 여덟 사람만을 구제함으로써 새로운 인류를 시작한다. 무엇보다 예수께서는 한 주간의 `여드레째 날 아침'에 부활한다. 그 여덟째 날, 예수를 통하여 하느님과 사람이 맺어지는 새 시대가 개벽했다.

12월의 클라이맥스는 예수가 태어나신 크리스마스이다. 대저 모든 인간은 부유하고 귀하게 되기를 원한다. 그러나 예수는 태어날 때부터 부귀한 저택은 고사하고 출산할 방 한 칸 없이 헤매다가 마구간의 말 밥통에 분만했다. `신의 아들'이지만 철저하게 비우고 낮추셨다. 이러한 예수 성탄의 모습은 오늘날 한껏 화려해지려는 그리스도교에 대한 경종이기도 하다.

이 `가난한 탄생' 후에도 비천하게 성장하셨으며, 평생 땀 흘려 일한 진정한 노동자로 늘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과 함께하셨다. 열렬히 세상 사람들을 사랑하셨고, `인간성의 존엄함'에 대해 항시 일깨우셨다. 그분은 특별히 버려진 사람들을 돌보셨다. 당대의 `아웃사이드'라 일컫는 세리(稅吏)와 이방인, 나환자와 창녀 등 죄인들까지 보살펴 주셨다.

그분은 시인이며 삶을 깊이 들여다보는 예술가셨다. 아름다운 그림과 비유의 언어로 군중을 가르치셨다. 대자연의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 생명 가운데 작은 낌새까지도 마음껏 끄집어내어, 설교의 자료로 삼으시고, 가장 통속적인 예를 들어 가장 심오한 인생의 도리를 설명하셨다. 어질고 겸손한 지도자, 자비로운 목자일 뿐만 아니라 동시에 해방자이기도 한 분. 그 누가 있어 `가난한 이에게는 기쁜 소식, 포로들에게는 석방, 눈먼 이들에게는 광명, 핍박받는 이들에게는 자유를' 선포했던가?

그분은 재물을 가벼이 보지도 않았고 부자들도 버리지 않았다. 다만 재물로 인해 만들어진 인위적 불평등을 개선하고, 불공평과 착취를 없애려고 주력하셨을 뿐이었다. 그러다가 결국 십자가에 못 박혔을 때, 이유 없이 자신을 죽이려는 원수에게까지 용서해 주셨을 때, 그분 전 생애의 정점을 찍으신 것이다. 만인의 친구요, 대변자요, 구세주가 되셨다.

그분은 비록 학교를 경영해 본 적이 없지만 그분 삶 자체가 교육의 본보기이다. 또한 그분은 노래 한 곡 지어본 적은 없지만, 세상 수많은 가곡의 소재가 되셨다. 그분은 비록 간판을 걸고 의료행위를 해본 적은 없지만, 친히 손을 내밀어 어루만져 주심으로 병든 이를 낫게 해주셨다. 그분은 비록 군대를 거느려 본 적은 없지만, 그 어느 장수도 그렇게 많은 지원병을 거느리지 못했다. 사랑의 감화 아래 수천수만의 군중이 그분의 `이상 세계'에 함께 운집했다. 그 삶은 본보기가 되었고, 그 말씀은 대중의 등불이 되었다.

12월. 한해의 끄트머리에서 한없는 부끄럼으로 나의 삶을 반성한다. 이것은 그분께 한 발짝 다가가는 예수 성탄을 맞이하고 싶기 때문이다. 그만큼 새롭게 오는 해를 시작하고 싶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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