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졌잘싸'였을까
과연 `졌잘싸'였을까
  • 박명식 기자
  • 승인 2023.12.05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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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박명식 부국장(음성주재)
박명식 부국장(음성주재)

 

2030년 세계 엑스포 부산 유치가 수포로 돌아가면서 온 국민에게 상실감을 안겨줬다. 개최지 선정 1차 투표에서 박빙이라는 정부 예상과 달리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가 119표로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한국의 부산은 29표를 얻는 데 그쳤다. 투표 결과만 놓고 봐도 애초부터 부산 유치 가능성은 희망사항에 불과했다는 게 백일하에 드러났다.

정부는 부산 엑스포 개최로 국제적 영향력을 강화해서 세계적인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기를 기대했다. 나아가 코로나19로 인해 위축된 국내 경제 활성화와 국가 브랜드가치 향상도 노렸다. 부산 역시 엑스포 개최를 계기로 도시 인프라와 환경 개선, 문화예술과 관광산업 발전, 국제적 교류와 협력 확대 등을 크게 기대했다.

그러나 엑스포 유치에 실패하면서 정부와 부산시의 담대한 모든 계획들은 무산됐다. 되레 국제적인 입지와 위상이 낮아졌다는 인식만 확산됐고 이로 인한 정치권과 민간의 갈등과 분열만 심화됐다. 특히 부산은 엑스포 유치에 투입한 인력과 자원, 시간 등이 허사가 됐다는 실망감과 함께 앞으로의 도시 발전 방향에 대한 고민만 떠안게 됐다.

부산시민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 대부분은 2차 투표까지 가서 사우디아라비아를 역전 할 수 있다는 정부의 말을 굴뚝같이 믿었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참패였다. 일부 언론들은 일방적인 사우디아라비아 승리 결과가 나올 것을 예측하지 못하고 끝까지 부산이 이길 수 있다는 희망 고문을 하면서 국민들의 판단을 더 흐리게 만들었다. 온 국민이 사기를 당한 기분이었다. 급기야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를 통해 “2030 부산 엑스포 유치를 이끌어 내지 못한 것은 대통령인 저의 부덕의 소치”라며 “부산 시민을 비롯해 국민께 실망시켜 죄송하다”고 사과의 뜻을 전했다. 그러나 이도 잠시 정부와 여당은 엑스포 유치를 위해 천문학적인 오일 머니를 뿌린 사우디아라바아를 비하하기에 바빴고 유치전에 늦게 나선 전 정부를 탓하면서 잘 싸웠다는 뜻의 신조어 `졌잘싸'로 위기를 모면하기에 급급했다. 이 대목에서 필자는 과연 사우디아라비아의 오일 머니 때문에, 또 전 정부가 유치전에 늦게 나선 것 때문에 부산 엑스포 유치에 실패한 것인지 따져 묻지 않을 수가 없다.

사실상 사우디아라비아의 압도적인 승리 뒤엔 오랜 기간 국제 무대에서 영향력을 증대시키기 위해 기울여 온 체계적인 노력과 철저한 준비 전략이 있었다. 개발도상국가와의 관계를 강화하기 위해 천문학적·경제적 자원을 적극 활용한 부분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부산 유치에 상당한 패를 쥐고 있는 거대 중국과 러시아를 적으로 돌려놓은 채 미국과 일본, 그리고 유럽 등의 우방국 표에 승리를 의지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돌이켜보면 자국의 이익을 위해 얍삽하다면 둘째가라 해도 섭섭할 일본이 뒤늦게 한국 지지를 선언한 것도 석연치 않은 부분이다. 일본 입장에서 사우디아라비아의 유치가 불투명한 상태였다면 외교적으로 상당한 부담감까지 떠안으면서 대놓고 한국을 지지했을리 없다. 비록 필자의 추측이지만 일본은 이미 각종 국제적 정보채널을 통해 사우디아라비아 승리를 예견하고 마치 우리 정부에 은혜를 베푸는 듯 지지를 선언했을 가능성이 안 봐도 현미경이다. 어찌됐든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온 국민에게 진한 아쉬움과 상실감을 안겨준 이번 2030 부산 엑스포 유치 실패가 앞으로 정부가 시도할 새로운 기회와 도전을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는 교훈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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