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망신시키는 바가지 상혼
나라 망신시키는 바가지 상혼
  • 이재경 기자
  • 승인 2023.12.04 16: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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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이재경 국장(천안주재)
이재경 국장(천안주재)

 

한국 여행을 오는 외국인들이 자국을 비교하면서 가장 한국인들을 부러워하는 것이 한 가지 있다.

바로 남의 물건을 훔치거나 탐내지 않는 성숙한 국민의식이다.

외국인들은 한국에서 여행을 할 때 제일 먼저 도심 카페나 전철, 대중버스, 터미널 대합실 등을 이용하면서 놀란다.

한국인들이 카페나 커피숍에서 아무렇게나 노트북이나 휴대폰, 책가방 등을 테이블에 놓고 화장실을 오가거나 주문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다. 물론 자신들의 나라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모습들이다.

동남아나 아프리카지역은 말 할 것도 없고 선진국이라는 유럽의 이태리나 스페인, 영국이나 미국, 남미 등 대부분의 나라들에서 여행객들은 자신의 가방이나 소지품의 도난을 걱정해야 한다.

여행지에서 가이드에게 제일 먼저 들어야 하는 말이 `소매치기를 조심하라'는 말일 정도다.

그리고 잃어버려도 찾을 방법이 없다. 도난품을 찾기 위해 경찰서를 찾아가려하면 가이드에게 “포기하시라. 시간만 낭비예요”라는 말을 듣게 된다.

그런데 그런 외국인들이 한국 여행에서 도둑 걱정을 하지않게 됐으니 얼마나 놀랍고 부러웠을까.

한국에서 좀도둑이 사라진 것은 당연히 성숙된 국민의식이기도 하지만 IT강국으로 정부가 오래전부터 추진했던 셉테드 시스템도 한 몫을 했다. 정부는 2000년대 들어 범죄예방 시스템의 일환으로 전국 도심 곳곳에 방범용 CCTV를 설치했다. 그 결과 현재 전세계에서 가장 촘촘한 범죄 안전망을 갖춰놓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런 저변에다 선진사회의 진입으로 한층 더 성장한 시민의식이 정착하면서 오늘의 `도둑없는 나라 한국'이 있게 된 것이다.

이런 가운데 온 국민이 쌓아놓은 한국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한꺼번에 깎아 먹는 일들이 우리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일부 상인들의 `바가지 상혼'이다. 지난달 한 유튜브 채널에서 공개됐는데 서울에서 외국인이 가장 많이 찾는 전통시장 중 하나인 광장시장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베트남 국적의 관광객 2명이 1만5000원짜리 모듬 전을 한 접시 시켰는데 그 양이 턱없이 부족했다. 뉴스에까지 보도된 이 사건에 많은 국민이 공분했다. 급기야 논란이 확산되자 서울시와 종로구청, 상인회가 나섰다. 해당 업주에 10일간 영업정지 처분을 내리고 현금결제 유도 금지, 친절 서비스 교육 강화 등 대책을 내놓았다.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바가지 요금이 문제가 된 것은 이번 뿐이 아니다. 오래전부터 공항 택시, 유흥 주점의 가짜 양주 등 외국인에 대한 바가지 사례가 적발돼 한국의 이미지에 먹칠을 해왔다.

이번에 문제가 된 광장시장은 120년 역사의 한국 최초의 전통시장으로 외국인들의 서울 도심 여행지에 필수 코스로 꼽히는 곳이다. 그런데도 아직도 노점에서 신용카드 결제가 이뤄지지 않고 이러한 바가지 상혼이 종종 발생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앞으로 국격을 떨어뜨리고 나라 망신을 시키는 몰염치한 바가지 상혼이 자취를 감추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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