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00원 짜리 편의점 주먹밥 세트
2700원 짜리 편의점 주먹밥 세트
  • 이재경 기자
  • 승인 2023.11.27 18: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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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이재경 국장(천안주재)
이재경 국장(천안주재)

 

# 국내 유명 특급 호텔들이 올해 연말 크리스마스 송년 뷔페 가격을 일제히 인상한다.

인상 폭이 최고 20% 이상인데 올해 처음으로 1인당 뷔페 식사 가격이 20만원을 돌파했다.

업계에 따르면 서울 3대 호텔 뷔페로 꼽히는 서울신라호텔 더파크뷰와 롯데호텔서울 라세느, 웨스틴조선호텔 아리아 등 3개 호텔 뷔페 전문점이 일제히 가격을 올린다.

신라호텔은 크리스마스 시즌이 낀 12월 21~31일 성인 1인당 저녁 뷔페 가격이 18만원 대에서 21만5000원으로 올린다. 롯데호텔도 12월부터 평일·주말 저녁 가격을 18만원에서 19만원으로 올린다. 크리스마스가 겹치는 연말에는 5일간 20만5000원으로 인상할 예정이다.

웨스틴조선호텔 아리아도 주말 뷔페 가격을 16만5000원에서 19만원까지 20% 인상한다.

호텔들은 이번 인상에 대해 원자재 가격 및 인건비 상승에 따른 불가피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호텔들의 뷔페 가격 인상은 사실상 완판에 대한 자신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

실제 연말 고급 호텔들의 초고가 뷔페 식사권은 매년 매진 행진을 이어갔다. 크리스마스나 연말 저녁의 뷔페 식사권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심지어 원래 가격의 2배 이상 비싼 가격의 매물로 나와 팔리기도 했다.

이 기사가 인터넷 포털에 올려지자 댓글 반응이 뜨거웠다. 주로 청년층의 반응이 많았는데 대부분 탄식과 자괴감이 섞인 글 들이었다.

몇 가지 소개 해보면 `돈이 돈 같지도 않은 세상이 있었네', `그 동안 내가 헛 살아왔나?', `2인 분이 내 한달 원룸 월세 값' 등등….



# 편의점 GS25에서 출시한 신상품이 대박을 쳤다. 3000원이 채 안되는 주먹밥 세트인데 나온 지 2주만에 판매량 20만개를 돌파했다. 하루에 1만4000여개씩 팔렸다는 계산이다.

편의점 모델인 탤런트 김혜자씨의 이름을 딴 `혜자로운 알찬 한끼 세트'라고 이름 지어진 이 상품은 미니 도시락 1개에 비엔나김밥, 햄김치볶음밥, 계란볶음밥, 메추리알조림 등으로 구성됐다.

단백질이래야 봤자 메추리알과 김밥 두 조각에 들어간 알량한 소시지 조각, 주먹밥에 섞인 햄과 계란 부스러기가 전부인데 단돈 2700원으로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다는 장점에 청년들의 `핫템'이 됐다.

사실 편의점 도시락은 이 제품이 출시되기 전에도 시중 음식점에 비해 싼 가격으로 청년들로부터 인기를 끌었다.

현재 시중에 나와있는 편의점 도시락은 대부분 4000~6000원대 가격으로 1만원 안팎의 일반 식당 한 끼 밥값보다 저렴해 많이 팔리고 있다.

그런데 이번에 나온 주먹밥 세트는 이보다 싼 2000원대 인데다 맛과 양(量)까지 사로잡았다는 평가다. 단돈 1000원이라도 더 줄이려는 청년들의 마음을 공략해 성공한 마케팅 케이스이기도 하다.

지난 주말 저소득 결식 아동에게 지급되는 급식 카드의 최대 사용처가 편의점이라는 뉴스가 보도됐다. 끼니당 8000원의 급식비가 지급되는데 아동들의 카드 사용처를 확인해봤더니 편의점이 41.7%, 일반·휴게 음식점이 31%, 마트 17.1%의 순으로 편의점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한 푼이라도 더 돈을 아껴서 다른 필요한 물품을 사는 것이다.

2인 저녁 식사 비용으로 호텔에서 30만원이란 거금을 선뜻 쓰는 사람들, 그 반대편에서 단돈 2700원으로 한 끼를 해결하려는 청소년과 결식 아동들. 양극화 문제가 여전히 숙제로 남은 채 또 한 해가 저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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