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암산 걷기 길에서 맞이한 가을
우암산 걷기 길에서 맞이한 가을
  • 이미란 충북문화재연구원 조사연구1팀장
  • 승인 2023.11.05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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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의 문화유산 이야기
이미란 충북문화재연구원 조사연구1팀장
이미란 충북문화재연구원 조사연구1팀장

 

단풍의 계절인 가을이 한창이다. 바쁜 일상에 계절이 변화된 것도 모르고 지내다가 박물관에 도착해서 바람에 흩날리는 단풍앞을 보고 계절을 체감할 수 있었다.
청주박물관은 해발 353m 정도의 우암산의 동쪽 사면 말단부에 있다. 청주박물관이 자리한 우암산은 속리산 천왕봉에서 북서쪽으로 뻗어 내려온 한남금북정맥 산줄기에 속하고, 청주 동쪽으로 이어지는 상녕산 줄기에서 서쪽으로 갈라져 내려온 산이다. 와우산이라는 명칭으로 불리는데 이는 산의 모습이 소가 누워 있는 모양에서 유래하였다고도 하고, 소를 불교와 관련해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우암산은 청주 도심지의 허파역할을 하고 있으며, 우암산에 조성된 둘레 길은 많은 사람이 찾아와 드라이브와 산책을 즐긴다. 우암산 걷기일이 있다는 것도 처음 알게 되었다.
박물관 벽면을 따라 울긋불긋하게 뻗어 올라간 담쟁이넝쿨이 가을의 정치를 더해준다. 박물관 뒤쪽 오솔길은 노란 은행나무길이 아름다움을 더해준다. 피크닉 온 듯 단풍 위에 앉아 간단한 간식을 즐기는 시민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걷기 길을 따라 졸업식을 앞둔 아이들이 올망졸망 모여 선생님과 졸업사진을 촬영 중이고, 한쪽은 가족 단위의 관람객들이 단풍 산책을 즐기고 있었다.
청주박물관의 은행나무길을 뒤로하고 우암산 걷기 길을 따라 쉼터를 지나면 우암산 정상으로 넘어가는 고개에 ‘말탄재’가 나온다. 말탄은 ‘말을 탄’으로 해석할 수 있고 ‘재’는 ‘산의 고개’를 뜻하므로 말을 타고 넘는 고개라 할 수 있다. 그리고 말탄재는 정상이 움푹 패야 흡사 말의 안장 모양을 하고 있어 얼핏 그 모습이 사람이 말을 타는 것처럼 보인다고 한다. 그 길을 따라가면 벚꽃이 필 때 드라이브와 산책 코스로 유명한 우암산 순환도로를 지나게 되고 청주시내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수암골 전망대가 나온다. 
전망대가 위치한 수암골은 한국전쟁 후 피난민들이 정착하면서 형성된 달동네로 한때 초라하고 적막한 모습이었으나 2007년에 진행된 공공미술 프로젝트로로 진행된 벽화들로 활기를 되찾았다. 이후 ‘제빵왕 김탁구’ 등 드라마 촬영지로 알려지면서 외지에서 청주를 찾는 여행자들이 꼭 들르는 명소가 되었다. 수암골은 현재는 협소한 인도와 공원지역을 조성사업으로 인해 공사가 진행 중이나 주변에서 볼 수 있는 골목길과 골목길 사이에 형성된 카페와 소규모 정원 등의 볼거리가 여럿 있다.
수암골을 지나 수동성당에서 담쟁이 벽화 길의 벽화를 감상하면서 걷다 보면 충북도지사 관사를 리모델링 해 전시관으로 꾸며 시민에게 개방한 충북문화관이 나온다. 충북문화관 옆으로는 충청북도 유형문화재 제39호로 고려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지방의 교육기관 역할을 해 온 청주향교가 있다. 나는 청주박물관에서 시작해 청주향교에서 걷기 길 산책을 마무리하였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찾는 우암산에는 우암산생태터널-청주박물관-청주향교-담장화벽화길-마을외숲-삼일공원-수암골 전망대-청주대학교-말탄재로 연결되는 걷기길이 약 3시간 코스로 조성되어 있다. 걷기길이 조성된 지역의 주변으로도 청주의 명소인 우암산성, 청주 명암저수지, 청주랜드와 상당산성 등이 있어 볼거리가 다양하고 가을에는 단풍의 절경을 느낄 수 있다. 걷기길의 시작은 우암산 생태터널이지만 어느 장소에서 시작하더라도 한 바퀴를 돌아 시작점으로 돌아오기에 어차피 걷기 길의 시작점은 따로 있지 않아 어느 길에서 시작해도 좋은 코스이다. 
이처럼 우암산 둘레길은 비교적 걷기 편안한 코스로 구성되어 있어 남녀노소 모두가 휴식을 즐길 수 있고 청주시의 다양한 문화유산을 경험할 수 있게 조성되어 요즘처럼 맑고 쾌청한 날에 더없는 추억을 선사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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