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탕과 냉탕-힘을 빼자
온탕과 냉탕-힘을 빼자
  • 김현기 여가문화연구소장
  • 승인 2023.11.05 16: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행복을 여는 창
김현기 여가문화연구소장
김현기 여가문화연구소장

 

시골살이에 꼭 필요한 것은 샤워 시설이다. 샤워는 어디서나 필요하지만 작은 농사라도 짓는 사람에게 없으면 안 되는 필수 시설이다. 도시에서는 하루 일을 마치고 지친 몸과 마음의 피곤을 풀려고 따뜻한 물로 샤워한다. 하지만 시골에서는 새벽일을 마치면 땀과 먼지가 범벅이 되어 샤워해야만 아침 식사를 할 수 있다. 오전에 일을 마치거나 오후 일을 하게 되더라도 샤워가 필수적이다. 물론 이렇게 하지 않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샤워를 해야만 다른 일을 할 수가 있다. 이러다 보니 하루에 평균 2~3회씩 샤워를 하게 된다.

시골집 난방 보일러를 기름보일러로 설치하였다. 하지만 2년 정도 지나고 후회하였다. 시골은 기름보일러보다 가스보일러가 더 유용하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두 보일러의 결정적 차이는 온수를 공급하는 시간이 다른 것이다. 기름보일러로 샤워하려면 난방 장치를 목욕으로 바꾸고 조금 기다려야만 한다. 반면에 가스보일러는 온수 꼭지를 여는 순간 자동으로 보일러가 점화되어 곧바로 온수를 사용할 수 있다. 나처럼 자주 샤워해서 온수 사용이 많이 필요한 사람에게는 가스보일러가 더 적합하다.

밖에 일을 하며 흘린 땀과 먼지를 닦아내기 위해 목욕탕 샤워기 앞에 섰다. 온수를 빨리 나오게 하려고 수도꼭지를 온수 쪽으로 끝까지 돌렸다가 기겁했다. 뜨거운 물이 갑자기 쏟아져 내렸기 때문이다. 100% 뜨거운 물로는 샤워할 수가 없다. 재빨리 수도꼭지를 냉수 쪽으로 돌렸다. 이번에는 온통 차가운 물만 쏟아져 역시 샤워할 수가 없었다. 수도꼭지를 온수와 냉수로 적절히 돌리다가 가장 샤워하기 좋은 비율에 맞춘다. 이때부터 기분 좋게 샤워를 할 수 있다. 경험으로 보면 뜨거운 물과 차가운 물의 비율이 대략 7:3정도 되었을 때가 가장 편안하게 샤워할 수 있다.

세상을 사는 것도 샤워기의 물과 같다. 인생에 항상 좋은 일만 있거나, 매일 나쁜 일만 있다면 살 수가 없다. 전적인 행복도 전적인 불행도 좋은 삶이 아니다. 행복과 불행, 기쁨과 슬픔은 적절한 비율로 함께 있을 때 우리 삶이 지속 가능하다. 행복은 우리의 성장에, 불행은 우리의 생존에 필요한 감정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행복만을 원하는 기도는 현명한 기도가 아니다. 행복과 불행의 비율이 7:3 정도로 함께 오는 삶을 원해야 한다.

우리 사회도 마찬가지다. 좋은 사회는 좋은 것을 찾아내는 사람과 좋지 않은 것을 찾는 사람이 모두 필요하다. 적절한 비율은 좋은 것을 찾아내는 사람들이 70%, 좋지 않은 것을 찾아내는 사람이 30% 정도 힘을 갖고 있어야 한다. 좋은 것을 찾는 사람은 문화예술, 과학기술, 기업, 복지, 종교와 같은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이고 좋지 않은 것을 찾는 사람은 검찰, 경찰, 언론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작금의 대한민국은 좋지 않은 것을 찾고 막고 벌주는 직종의 힘이 너무 강하다. 이들이 전적으로 호령하고 지배하는 사회는 불행한 사회다. 이들의 힘을 빼야 한다. 긍정의 힘이 조금 더 세고 부정의 힘이 조금 약한 사회가 되어야만 대한민국이 행복해진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