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 역할을 강화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건강보험 역할을 강화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 신소영 중부대 경찰경호학부 교수
  • 승인 2023.10.1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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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신소영 중부대 경찰경호학부 교수
신소영 중부대 경찰경호학부 교수

 

사회안전망(Social Safety Net)이란 `사회구성원들이 삶의 주기에서 겪을 수 있는 다양한 위험들에 대해 사회적으로 보호해 주는 제도적 장치'를 지칭하는 용어다.

건강보험이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질병의 치료와 예방을 위한 사회안전망으로의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음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사회안전망으로서 건강보험의 역할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건강보험 재정의 건전성 확보가 전제조건인이다.

그러나 글로벌 경기침체, 저출생·고령화로 인한 생산인구 감소, 2025년 초고령사회 도달 등으로 향후 건강보험 재정 불확실성이 점점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건강보험의 재정전망이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이처럼 중요한 건강보험에 누수가 있는 것은 사회정의 측면에서 뿐 아니라 실질적인 재정건전성 확보 측면에서도 심각한 문제라 할 수 있다.

그중에 하나로 보험금이 부정하게 지급되는 경우를 들 수 있는데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사무장이 의사를 고용하는 사무장 병원이나 약사를 고용하는 면허대여 약국에 부정으로 지출되는 건강보험 재정이 생각보다 많고 그 규모도 상당하다.

14년간 사무장 병원과 면허대여 약국 등 불법기관으로 인한 건강보험 재정 누수는 4조원에 가깝고 하루에 6억3000만원, 평균 1년에 2000억원 정도씩 부당 청구로 지출됐다고 한다.

이는 전국에 최소 건강보험료를 내는 900만 지역세대에게 4.1개월 동안 건강보험료를 지원해 줄 수 있는 금액이다.

또 전문성이나 직업윤리보다 영리 추구에 몰두하는 병원 운영으로 인해 질 낮은 의료행위와 각종 위법행위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

즉 대표적 사례인 밀양 세종병원의 화재사건과 같은 파행적인 병원 운영이 반복되지 않도록 적극적인 감시와 제재가 필요하다.

이와 관련, 현행법상 사무장 병원과 면어대여 약국의 위법사항을 밝히고 부당하게 지급된 돈을 받아내야 하는 주체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인데 수사할 권한이 없어 행정조사에만 그치고 있다.

수사를 맡은 경찰기관의 업무 과중으로 인해 부당보험금 지급과 관련된 수사가 적시에 이뤄지지 못하는 것도 문제다.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1년 기준 전국 1698개의 사무장 병원 중 96.3%가 폐업했고 불법 기관으로 의심돼 수사 중 환수 결정 이전에 폐업 신고한 기관이 전체의 85.9%를 차지했다.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폐업 신고를 하고 재산을 은닉하는 경우 불법 편취 금액의 환수를 어렵게 할 수 있다.

결국 미환수된 금액은 건강보험 공단의 재정 악화로 이어지므로 전문성 있는 기관을 통한 신속하고 실질적인 수단 확보가 시급하다.

현재 건강보험 재정 누수 방지를 위해 공단 임직원에게 사무장 병원과 면허대여 약국에 한해 특별사법경찰(이하 특사경) 권한을 부여하는 `사법경찰직무법' 개정안이 4개 의원실(정춘숙·서영석·김종민·이종배)에서 발의됐다.

법안대로 국민건강보험공단에 특사경 제도가 도입되면 부당한 건강보험 지출이 훨씬 줄어들기 때문에 우리가 내야 될 건강보험료를 더 적게 내고도 건강보험이 유지될 수 있을 것이다.

건강보험 지출 효율화로 절감된 재원은 필수의료와 같이 꼭 필요한 곳에 제대로 사용하면 된다.

바라건대 제21대 국회 회기 내에 `사법경찰직무법' 개정안이 여·야 합의에 의해 통과돼 건강보험 재정이 새는 것을 차단하고 사회안전망으로서 건강보험 역할을 강화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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