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트로피와 네트로피로 들여다보는 세상
엔트로피와 네트로피로 들여다보는 세상
  • 김태선 충북자연과학교육원장
  • 승인 2023.10.11 17: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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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이 들려주는 과학 이야기
김태선 충북자연과학교육원장
김태선 충북자연과학교육원장

 

“아, 정말…. 명절을 보내고 일상에 복귀하는 것이 이렇게 어렵나?”

도교육청 월례 조회에 참석하려고 평상시보다 서둘러 집을 나섰는데 상리사거리에서 차들이 움직이지를 않았다. 흘깃흘깃 시계를 쳐다본 것도 벌써 여러 번이다. “어어? 저, 저러면 어떻게 해!” 모두 다 마음이 초조한 것 같다. 억지로 끼어드는 차와 타이어의 움직임에서 운전하는 사람들의 신경질이 느껴진다. `정말 오늘 교통상황의 무질서도는 최악이네.' 나도 모르게 물리학 용어를 일상에 적용하고 있어 쓴웃음을 지었다.

간발의 차로 월례 조회에 들어가 자리에 앉았다. 그런데 교육감님의 말씀이 내 귀에 쏙 들어온다. “엔트로피와 네트로피는….” `아니, 교육감님께서 물리학 용어를? 그것도 10월을 여는 월례 조회에서? 엔트로피라는 용어는 그 태생이 물리학 용어이지만 일상생활에 널리 쓰이는 사회학적 용어로 재탄생됐으니 그렇다지만 네트로피까지?'

그 후 궁금해 여기저기 찾아보았더니 필자만 네트로피를 여전히 물리학 용어로 알고 있었다. 벌써 엔트로피뿐만 아니라 네트로피까지 변용돼 일상에서 많이 쓰이고 있었다. 심지어는 네트로피가 `뇌트로피'가 될 지경이었다. 이처럼 범용으로 쓰이는 두 용어에 대한 상식이 필요한 세상이 되었다.

엔트로피는 물리학에서 어떤 물질계의 무질서한 정도를 나타내는 척도이다. 열역학 법칙을 설명할 때 사용되는 용어로 에너지 보존 법칙(열역학 제1법칙)과 엔트로피 증가의 법칙(열역학 제2법칙)에서 제시되는데 1864년 독일의 물리학자 클로우지우스가 처음 사용했다. 자연계의 모든 변화는 항상 무질서도가 증가하는 방향으로 발생한다.

네트로피(negative entropy, 네겐트로피)는 1943년 물리학자 슈뢰딩거가 처음 소개한 것으로 엔트로피가 증가할 수밖에 없는 양인데 여기에 (-) 부호를 사용해 절대 증가하지 못하고 감소하는 양으로 표현된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1)고양이 한 마리와 2)당신 3)30벌의 가지런히 정리된 옷으로 되어있는 하나의 시스템을 생각해 보자. 당신이 자는 동안 고양이가 30벌의 옷을 전부 흐트러뜨려 놓았다고 하자. 이 경우 여러분은 이렇게 말할 것이다. “야옹아! 왜 이렇게 어지럽혔어!” 물리학자들은 말한다. 무질서도가 증가했다.

어지럽혀져 있는 옷을 모두 가지런히 다시 개어 차곡차곡 쌓았다고 생각해 보자. 차곡차곡 쌓인 옷 30벌의 입장에서는 질서가 확립된 것이니 네트로피가 증가한 것이다. 당신의 경우에는 힘들게 일을 하며 에너지를 사용해 무질서도가 증가했으니 엔트로피가 증가한 것이다. 그런데 애초 고양이와 당신 그리고 30벌의 옷을 모두 하나의 시스템으로 볼 때는 무질서와 질서의 총합이 zero가 되므로 순 에너지의 변화는 없다고 볼 수 있다(기타 변인 무시).

슈뢰딩거는 그의 저서에서 말했다. 인간은 네트로피를 먹고사는 동물이라고. 다시 말해 생명이라는 것은 네트로피의 흐름을 자신에게 끌어당겨서 살아가느라 만든 엔트로피의 증가를 보상하며 비교적 낮은 엔트로피 수준에서 일정하게 자신을 유지하고자 노력하는 것이라고! 어려운 과정이다. 지난한 노력이 수반되는 과정이다. 당일 아침 교통 체증에 시달린 내게는 더 힘들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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