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아 성찰
자아 성찰
  • 장홍훈 세르지오 신부(양업고 교장)
  • 승인 2023.09.14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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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자의 목소리
장홍훈 세르지오 신부(양업고 교장)
장홍훈 세르지오 신부(양업고 교장)

가을비가 내린다.

내 가슴 속에는 페북에 올라온 이태석 재단 이사장 구수환 님의 글이 우울하게 내린다. “초등학교 20대 선생님의 비극적인 소식이 알려진 후, 한 달도 안 돼 아홉 분의 선생님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 지난 5년 동안 목숨을 끊은 공립학교 선생님은 100명이 넘는다.… 얼마나 집요한 고통을 주었으면 사랑하는 가족을 두고 목숨까지 끊었겠습니까. 그러나 가해자들은 자신의 아이들 돌보지 않아 그랬다며 변명으로 일관합니다.…악성 민원에 시달리다 스스로 생을 마감한 교사의 죽음과 관련된 학부모의 이름과 전화번호, 사업장, 사진이 SNS에 공개돼 빠르게 퍼져나가고 있습니다. `살인자', `악마는 당장 떠나라'라는 문구까지 등장합니다. 선생님의 잇따른 죽음과 대한 원인 규명과 대책발표가 없자 정치권 교육 당국과 수사기관에 대한 불신과 불만이 가해자인 학부모에게 향하고 있습니다…선생님의 비극적인 사건은 일부 학부모의 일탈에서 비롯된 것이 아닙니다. 입시교육, 돈과 특권, 편 가르기와 증오에 빠져 있는 우리 사회의 이기주의와 금권 만능주의가 만들었다. 그동안 학교 강연을 다니면서 교사가 행복해야 아이들과 학교가 행복하다고 말씀드렸는데 작금의 사태를 접하니 미안함에 얼굴을 들 수 없다.”

소위 이 시대의 `예언자 직분'이란 것을 수행하지 못한 제 탓에, 나 역시 머리를 들고 글을 마주할 수가 없다. 이런 와중에도 가을비가 무겁게 내린다.

예언자는 어떤 사람인가? 예언자를 히브리어로 `나비navi'라고 하는데`하느님께서 소명을 주신 사람'이란 뜻이다. 예언자는 하느님의 뜻을 헤아려 인간에게 알리려고 외치는 사람이다. 예언자는 그리스어 `프로페테스'로 `솔직하고 정중하게 말하는 사람'이란 뜻이다.

성경의 예언자들은 꿈꾸는 사람으로 더 깊이 더 멀리 본다. 그는 장차 사람들이 더불어 살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이 있음을 깨닫는다. 예로부터 꿈은 영감과 상상과 창조성의 샘이었다. 예언자들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대중에게 새로운 지평을 열어 준다. 그리스도교 역사에는 현시와 꿈을 가진 예언자들이 매우 많다. 마틴 루터 킹 목사는 흑인과 백인이 한데 어울려 살기를, 교황 요한 23세는 창문이 활짝 열린 새로운 교회를 꿈꾸었다.

`사람들은 때로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앞뒤가 맞지 않고 자기중심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용서하라// 친절을 베풀어도 숨은 의도가 있다고 비난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절을 베풀라// …사람들은 약자에게 동정을 베풀면서도 강자만을 따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약자를 위해 싸우라// 당신이 몇 년을 걸려 세운 것이 하룻밤 사이 무너질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일으켜 세우라// 당신이 마음의 평화와 행복을 발견하면 사람들은 질투를 느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화롭고 행복하라// 당신이 가진 최고의 것을 세상과 나누라 언제나 부족해 보일지라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고의 것을 세상에 주라' 인도 콜카타 성녀 마더 테레사 본부 벽에 쓰여 있는 글귀이다.

작금의 시절에 꼭 필요한 예언자적 정신이 담긴 자기성찰의 글이다. 우리 각자가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에게 주어진 길을/걸어가야겠다.…”는 민족시인 윤동주의 `서시'를 몇 번이고 되뇐다. 때아닌 가을비가 장맛비처럼 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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