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에 있는 열등감을 (2)
내 안에 있는 열등감을 (2)
  • 구숙진 KPCA 그림책 지도사
  • 승인 2023.07.20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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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그릇에 담긴 우리 이야기
구숙진 KPCA 그림책 지도사
구숙진 KPCA 그림책 지도사

 

나와 다름, 너와 다름, 우리와 다름, 그들과 다름… 일상의 관계에서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현상이지만 인정하지 않으려 하는 부분이다. 인지했다 하더라도 나와 다른 상대를 무시하길 일삼고, 그들과 내가 다를 때는 위축되거나 거리를 두며 상황을 외면하게 된다. 친구들과의 관계가 일상의 전부인 학창기 아이들에겐 다름이 치명적인 열등감으로 와 닿을 것이다. 그러기에 그들과 `같음'을 느끼게 해 주려 부모와 주변인들은 애쓴다.

문학작품을 통해 작가들도 힘을 보탠다. 그림책 작가 오미경은 <나는 달팽이/오미경/초록달팽이> 속, 꿋꿋하고 흔들림 없는 달팽이를 통해 다름을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넌 느리고, 눈도 나쁘고, 욕심도 없구나.'라는 친구들의 말에 달팽이는 `맞아, 그래도 난 내가 참 좋아.'라고 대답한다. 아이들뿐 아니라 성인인 나마저도 달팽이의 단단한 마음을 배우고 싶어 할 것이다.

친구나 동료들의 사소한 말 한마디에 하루의 기분을 휘둘리지 않고 내 할 일, 내 갈 길을 묵묵히 가는 그런 사람이고 싶기에 그럴 것이다. 젖은 날개를 햇볕에 말려야 하는 나방과 피부의 수분을 빼앗아가는 햇볕이 치명적인 달팽이! 햇볕이 누구에게나 이로운 것이 아닐진데 나방은 그 좋은 햇볕을 등지고 그늘에서 자고 있다 나무라며 달팽이를 게으름뱅이라 한다. 햇볕이 달팽이에게 얼마나 해로운지 알지 못하기에, 다름을 알지 못하는 나방이기에 그렇게 말한 것이다.

“우린 서로 달라. 넌 햇볕을 좋아하지만 난 비가 좋아.” 나방의 말에 대한 달팽이의 항변이다. 햇볕은 피부를 마르게 하니 결코 좋은 것이 아니라고, 비는 피부를 촉촉하게 해 주니 비가 더 좋은 것이라 주장했다면 분명 둘은 다툼을 했을 것이다. 달팽이는 나와 너의 입장은 다른 것이며 나의 감정도 중요하지만 상대방의 특질도 중요하다는 것을 내포하는 말을 했기에 둘은 무언으로 다름을 인정했을 것이다.

달팽이는 어찌 알았을까? 이는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달팽이에게 배워서 지금부터라도 그리 해 보면 된다. 이를 시점으로 나에 대해 알아가기 시작하고 상대방에 대해서 흐릿하게라도 형체를 알아가기 시작하면 된다. 경험은 지식으로 축적되어 개인의 주체로 스며들게 될 것이다. 해도 될 것, 해서는 안 될 것, 조심스레 해야 할 것들을 구분하는 지혜가 될 것이다.?? 같음이 필요할 때도 있다. 그 유명한 아리스토텔레스의 `인간은 본질적으로 사회적 동물이다.'란 말이 있듯 사람은 집단을 이루고 산다. 인간은 협력을 통해 번성한다는 측면에서 보면 같음이 약이 되는 경우다. 그러나 그 속에서 다름이 인정될 때 같음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다름이 열등감으로 남지 않을, 발전의 밑거름이 되는 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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