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미디 정치의 진수
코미디 정치의 진수
  • 박명식 기자
  • 승인 2023.07.11 19: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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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박명식 부국장(음성주재)
박명식 부국장(음성주재)

 

국민의힘 김영선 의원이 서울 노량 수산시장을 방문해 대게가 담긴 수조의 물을 떠 마시는 해괴한 행동을 했다. 김 의원이 수조 물을 떠 마시자 옆에 있던 동료의원도 같이 떠 마셨다. 그리고는 마치 연기를 하듯 “이거 완전 바닷물이네 짭쪼름하네”라는 대사를 던졌다. 그러자 김 의원이“2011년(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 당시)에 방류해서 우리 근해까지 온 것이기 때문에 지금(일본에서) 방류할 물보다 이게 훨씬 진한 것”이라고 대사를 이어받았다.

옆에서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수산시장 상인들의 얼굴에는 `아니 미쳤나! 저 물을 왜 마셔?'라는 표정이 역력했다. 이날 TV 뉴스를 통해 이 같은 장면을 본 국민들의 생각도 황당하고 어이가 없었을 것이다. 한마디로 이날 김 의원이 보여 준 수조 물 먹방 연기는 70년대 흑백 TV에서나 볼 법한 유치 코미디극 같았다.

김 의원의 수산시장 수조 물 먹방 연기가 오죽 볼썽사나웠으면 같은 당 소속 정치인까지도 “국민기망 쇼”라는 비판을 쏟아 냈다.

이언주 전 국민의힘 의원은 “국민을 조롱하듯 수산물 먹방을 계속하더니 이젠 수조 물 먹방까지, 공천이 그리도 대단한가. 자존심이고 뭐고 다 버리고 이게 무슨 꼴사나운 짓인가”라고 비난했다.

온라인상에는 지난 2002년 대선 당시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가 전통시장에서 상인이 건넨 흙 묻은 오이를 털지도 않고 먹었다가 “진짜 서민들은 오이를 씻어 먹는다”는 비판이 제기됐던 일과 김 의원의 수조 물 먹방 연기를 비교하는 글까지 올라왔다.

논란이 일자 김 의원은 “민주당이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해서 국민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어 안심을 주기 위해서 몸으로 실험을 해 본 것”이라고 해명 했다.

해명은 그렇다 치고 사실 이날 김 의원이 떠 마신 노량 수산시장 수조물은 후쿠시마에서 흘러온 오염수가 아닌 인천 앞바다에서 퍼와 어종에 맞게 여과 과정을 거친 해수였다. 어차피 인체에 치명적이지 않은 바닷물이었다. 그런데 김 의원은 이 수조 물이 마치 2011년 원전 사고가 발생한 일본 후쿠시마에서 방류돼 흘러온 바닷물인 양 떠들면서 몸에 해롭지 않은 물이라는 메시지를 국민에게 전하기 위해 온몸 연기를 펼쳤다.

그러나 김 의원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점이 있다. 수산시장 상인은 물론이고 사람은 평생 살면서 수산물이 담긴 수조 물을 마시거나 그런 생각 자체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김 의원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가 안전하다는 것을 얼마나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싶었으면 상식을 벗어난 행동까지 했을까만은 아무리 그렇다 쳐도 이건 누가 봐도 쌩쇼다.

하기야 일본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무단히 애쓰고 있는 대통령과 당 지도부에 잘 보여야 다가오고 있는 총선 공천에 유리한 고지를 점령할 수 있을 테니 그 마음은 충분히 이해는 간다.

그러나 김 의원의 수조 물 먹방 연기는 국민들에게 어떠한 안심도 주지 못할 뿐 더러 오히려 분노와 혐오를 유발하고 불안한 국민 정서를 더 자극할 수 있는 행동이었다.

분명한 건 노량 수산시장 수조 물을 떠 마시는 행위 자체로 일본 원전 오염수 방류에 대한 국민들의 걱정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어차피 우리 국민들은 여의도에서 펼쳐지고 있는 정치가 쇼이고 코미디라는 것을 일찍이 잘 알고 있다.

아무튼 여당 방송 코미디언들과 야당 방송 코미디언들 중 연기를 누가 누가 더 잘하나를 지켜보고 있던 와중, 이번에 대한민국 코미디 정치의 진수를 제대로 감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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