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누구를 위해 꼬리를 흔들었나
나는 누구를 위해 꼬리를 흔들었나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10.04 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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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천
심 억 수 <시인>

세상을 살아가면서 저마다 심성이 다르고 생각이 다르기에 나름대로 삶을 살아간다. 일상의 생활 속에서 자아실현을 위한 소망과 꿈을 가꾸기 위해 노력하고 여러 사람들과의 만남도 이루어진다. 좋은 인연이든, 나쁜 인연이든, 자의든, 타의든, 나와 관계를 맺은 사람들과 만남 속에서 삶은 이어지게 마련이다.

가을의 길목, 저마다 색깔로 자신의 한해를 마무리하는 자연을 바라보며 나는 무엇을 위한 삶을 영위했나 하는 생각에 잠겨 천천히 무심천을 걷고 걸었다. 스산한 가을바람이 불어온다. 오늘 같은 날이면 가슴이 시려오고 비라도 내릴라치면 마음이 먼저 서글퍼지는 가을의 길목이다.

무심천변을 열심히 뛰는 젊은이들이 눈에 들어온다. 나도 미래 지향적인 삶을 살기 위해 앞만 보고 열심히 뛰고 뛰었다. 그러나 시시각각 우리 곁을 떠나고 있는 젊음에 대한 안타까움과 공허함이 느껴질 때면 실의에 젖기도 여러 번, 이제는 지나간 세월이 젊은이들의 뜀박질 만큼이나 빠르게 내 곁을 떠나고 있다.

내안의 모든 것이 바래져 가는 세월은 내가 원하지도 않은 색깔이 되어 버렸다. 내안에 숨겨진 욕망의 푸른빛은 붉게, 또한 노랗게 지쳐 여전히 바람 앞에 무력하게 그저 흔들릴 뿐이다. 내게 많은 것을 주었던 시간은 덧없이 흐르고 흘러 내 인연의 숲 안에 길든 것들이 이제는 반란의 하얀 깃발이 되어 흔들리고 있다.

노을이 눈시울을 붉히는 무심천변에 무수히 많은 강아지풀들이 꼬리를 흔들고 서있다. 하늘을 향해 칼날을 들이대던 억새풀도 백기를 들었다.

오래된 일기장 같은 하루를 보낸 퇴근길

흔하게 만나게 되는 강아지풀은 흔들리는

사람의 수만큼의 꼬리만 내밀고 서 있다.

하루를 얽어치다 보면 꼬리를 흔들고 싶은 때가 여러 번

하마 사람들은

흔들고 싶은 꼬리를 감추기 힘들어

저마다 하나 둘 뚝 뚝 떼어놓고

세상 속으로 숨어들었는지 모른다.

충혈된 하루가 두 눈을 깜박거릴 때 제 혈육 찾듯

강아지풀을 떼어 손바닥에 올려놓으면 곰지락곰지락

반가운 듯 꼬리를 살래살래 흔든다.

흔들고 싶었던 꼬리 강아지풀로 남겨두고

뻔뻔히 돌아서면, 세상을 지켜보던 하루마저

슬며시 눈 감고 돌아앉는다.

꼬리뼈를 확인하며 어둠의 문지방을 다시 넘는 하루.

-신종석시인의 詩 "강아지풀' 전문-

가을의 스산한 바람에 온몸은 싸∼아함으로 퍼져가고 강변에 홀로 서서 나의 안위와 가족을 위해서라는 핑계로 세상을 향해 흔들던 꼬리를 이제는 신종석 시인의 노래처럼 슬며시 노을이 물들은 무심천 강변에 떼어 놓고 집을 향해 발걸음을 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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