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 만에 귀가하는 김학근 병장의 무공훈장
70년 만에 귀가하는 김학근 병장의 무공훈장
  • 김기원 시인·편집위원
  • 승인 2023.06.07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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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원의 목요편지
김기원 시인·편집위원
김기원 시인·편집위원

 

기쁘기도 하고 슬프기도 했습니다. 6·25전쟁 때 수여받은 절친 선배 아버님의 화랑무공훈장이 70년 만에 집으로 돌아온다는 소식이 그랬습니다.

낭보였지만 울컥 밀려오는 짠함이 있어서입니다.

같은 훈장을 살아서 받고 전사해 추서 받기도 한 기막힌 사연도 그렇지만 남편 없이 아버지 없이 살아온 유가족들의 70여년의 세월이 눈에 밟혀서입니다.

훈장의 주인공은 김학근(1927년 충북 보은) 육군병장입니다.

그는 6.25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 8월 18일 징집당해 숱한 전투에 투입되다가 휴전을 5일을 앞둔 1953년 7월 22일 경기도 연천전투에서 적의 포격을 맞고 산화한 호국영령입니다.

23세의 꽃다운 나이에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15개월 된 갓난 아들과 21살 된 사랑하는 아내를 남겨두고 떠났으니 비련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의 외아들이 필자와 한 부서에서 공직을 수행했던 김형기 선배여서 유가족들의 시린 삶을 조금 압니다.

그의 아내 이월이(1999년 충청보훈대상 수상) 여사는 남편을 나라에 바치고 청상이 되어 홀로 외아들 키우며 억척스럽게 살다가 이태 전에 소천해서 안타까움이 큽니다. 그 어머님의 모진 삶을 떠올리면 절로 눈시울이 붉어지고 마음이 아립니다.

선배가 그럽디다. 아버지 얼굴도 모르고, 아버지라 불러보지도 못하고 사는 게 억울하고 서러워서 울고 싶어도 아들 하나 바라보고 사는 엄마가 고맙고 미안해 울음조차 삼키고 살았노라고.

추서 받은 화랑무공훈장을 바라보며 애써 꿋꿋하게 살았는데 `6.25무공훈장 찾아주기 조사단'으로부터 아버님이 실재 전투에서 공을 세워 받은 훈장이 있다는 연락을 받아 감개무량하고 가문의 영광이라고.

또 슬하의 자식들도 할아버지를 자랑스럽게 여겨 흐뭇하다고.

바야흐로 현충일과 6.26전쟁일이 있는 호국보훈의 달입니다.

하여 이 자리를 빌려 김학근 육군병장과 같이 나라를 지키다가 산화한 호국영령들과 부상 장병들에게 삼가 감사와 경의를 올립니다.

남편이고 아버지이고 자식이기도 한 그들의 부재와 상실로 슬픔과 고초를 평생 짊어지고 산 이 땅의 모든 유가족에게도 깊은 위로와 고맙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임들의 희생 덕에 나라도 발전하고 국민들의 삶도 나아졌는데 제 살기 바빠 그 고마움을 잊고 살았고, 유가족들의 고난을 남의 일 보듯 해 미안하고 죄송했습니다.

현충 없는 현충일이 또 지나갔습니다.

나라를 위하여 싸우다 숨진 장병과 순국선열들의 충성을 기리고 다시는 그런 불행한 사태가 없기를 다짐하기 위해 제정한 국가추념일인데 하루 쉬고 노는 국경일로 잘못 아는 국민들이 많아 송구했습니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 영화가 웅변하듯, 장엄한 전사자유해 송환 의식이 보여주듯 미국은 국가를 위해 자유수호를 위해 헌신하고 희생한 자국민들을 경모하고 선양합니다. 우리도 그래야 합니다.

국가에 대한 자부심과 긍지가 있어야 애국심과 충성심이 발현됩니다. 마땅히 마중물도 있어야 하고 동기부여도 있어야 합니다,

국가보훈처가 국가보훈부로 승격되고 처음 맞는 호국보훈의 달입니다.

그런 만큼 보훈의 양과 질이 확산되고 심화되어야 합니다.

오늘의 대한민국은 조국독립과 국가수호를 위해 헌신하고 희생하신 국가유공자의 피 땀 위에 서 있습니다.

그러므로 정부는 국가유공자와 보훈가족의 희생과 헌신에 최고의 예우로 보답해야 합니다. 구호가 아닌 정책으로 일상화해야 합니다.

올해는 또 6.25전쟁 정전 7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평화조약이나 종전협정에 체결되지 않아 아직도 휴전상태 그대로인데 전쟁 중이라는 인식이 희박해 우려스럽습니다. 모름지기 유비무환 해야 합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보듯 첨단무기보다 강한 게 바로 국민들의 애국충정입니다.

70년 만에 귀가하는 무공훈장에 예를 갖추는 나라, 감사하는 국민이기를 소망합니다.

/시인·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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