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청타임즈
  • 승인 2007.10.02 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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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구의 동화속 풍경
'툭∼툭∼ 후두둑'

가을 바람에 밤나무에서 토실토실 여문 알밤이 제 몸무게를 못 이겨 한 알 두 알 떨어집니다.

알밤 떨어지는 소리에 놀란 까투리 한 마리가 풀숲에서 푸드덕 날아오르자 열심히 밤알을 나르던 다람쥐는 더 놀라 입에 문 밤알을 떨어뜨리고 재빨리 몸을 숨깁니다.

저 멀리 동네 아이들은 긴 장대와 망태기를 들고 밤나무 숲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아이들 중 길수와 길자는 해마다 밤나무가 모여 있는 숲을 찾아왔죠.

고만 고만한 낮은 산들이 꼭 놀이터처럼 재미있었고, 산이 포개지는 골짜기라 잘만 하면 통통 살찐 알밤들이 모여 있어 한꺼번에 편안하게 밤을 망태기에 담을 수 있어 다른 곳보다 여기 밤골 야산을 더 더욱 찾는 것이었죠.

어느 정도 밤알을 줍고 나면 마지막으로 준비한 긴장대로 사정없이 밤나무를 내리치는데 순간 밤알이 여름날 장대비처럼 우수수 소리를 내며 떨어졌습니다.

양쪽 주머니까지 알밤으로 볼록해지면 저녁하늘엔 붉은 놀이 꽉 차 있고, 내려오는 길에 길수와 길자는 다람쥐 굴 앞에 한아름 알밤을 놓고 오는 걸 항상 잊지 않습니다.

어느새 산 아래 성냥갑만한 동네 집에서는 저녁밥 짓는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면 휘파람 부는 아이들의 발걸음이 점점 빨라집니다.

어머니는 산에 간 아이들이 오지 않자 아궁이에 굵은 나무를 몇 개 지피고 마당에 나와 산 쪽을 몇 번 바라봅니다.

점점 밤골의 가을이 깊어만 가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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