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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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현기 여가문화연구소장
  • 승인 2023.04.30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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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여는 창
김현기 여가문화연구소장
김현기 여가문화연구소장

비슷한 연배들과 가장 많이 나누는 이야기는 부모님과 전원생활이다. 63년생인 나는 베이비붐의 마지막 세대다. 주변에 계신 부모님들의 연세도 대부분 80이 넘는다. 고령으로 건강도 좋지 않다. 병원에서 만나는 이웃의 걱정 대부분은 부모님 병환이다. 치매나 뇌졸중을 앓는 분들도 계셔서 간호와 돌봄에 어려움이 많다. 누구도 피해 갈 수 없다.

다음으로 많이 나누는 이야기는 전원생활이다. 남편은 시골살이를 꿈꾸고 아내는 도시 생활을 원한다. 의견이 달라서 남편 혼자만 내려와 본의 아니게 주말 부부가 된 경우도 종종 있다. SNS에 올라오는 지인들의 이야기도 시골살이에 관한 내용이 점점 많아진다.

귀향의 경험으로 본다면 시골살이 행복은 `이웃'에게 달렸다. 아름다운 풍광과 농사법도 중요하지만,친구와 이웃이 없다면 행복한 시골살이는 불가능하다. 행복한 이유도 사람이고 갈등의 시작도 사람이다. 모두 관계에 달렸다.

나름 운이 좋았던 것은 중학교 때까지 살았고 부모님이 사셨던 고향으로 온 것이다. 더 큰 행운은 먼저 귀향한 친구들이 있는 것이다.

한 집은 어릴 적에 부산으로 이사 갔는데 인근 대학에 교수가 되어 고향으로 돌아온 선배다. 또 한 집은 친척이며 친구다. 초등학교 때 서울로 유학했는데 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셔서 서울살이를 정리하고 귀농하여 농사를 크게 짓고 있다. 모두 시골살이의 훌륭한 친구이고 선배들이다.

이웃은 시골살이에 필요한 정보도 알려 주고 유용한 기술도 가르쳐 준다. 저녁에 모여 시원한 맥주와 커피도 마시며 즐거운 시간도 함께 보낸다. 바쁜 일상 중에 짬을 내어 삽교천으로 달려가기도 한다. 가끔은 음악회도 보고 미술관도 찾는다.

많은 사람과 만날 수는 없지만 마음을 나누는 이웃 친구가 있어 좋다. 의미 있는 공동체 활동도 같이 만들어 간다. 마을 음악회도 준비하고 마을 만들기 사업도 함께 한다. 모두 이웃이 있어서 할 수 있는 일이다.

셋집이 모이면 여섯 명이 만난다. 모두 부부가 함께한다. 아주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항상 부부 동반이다. 배우자와 함께 만나니 호칭이 애매하다.

나이 지긋한 친구 이름을 부르는 것도 예의가 아닌 것 같아 옛 선비들이 했던 방법을 따라 `호'를 정했다. 선배는 `청암'이다. 바위처럼 묵묵하고 변함이 없다는 뜻이다.

선배 부인은 `솔향'이다. 바위에 선 소나무처럼 향기롭고 아름답다는 의미다. 풍류와 자유를 외치는 친구는 시인의 이름을 따서 `두보'로 정했고 부인은 웃는 모습이 배꽃처럼 예쁘고 넉넉한 마음이 아름다워 `이화'로 했다. 나는 존경하는 정약용의 호를 따라 `다산'으로 안젤라는 아름다운 마당 정원의 주인이기에 `예원'으로 하였다.

서로 호를 부르니 존중하는 마음이 더 생긴다. 행복한 시골살이의 동반자인 이웃이 있어 정말 다행이다. 친구로 이웃으로 오랫동안 함께 할 수 있으면 좋겠다.

멀리 있는 가족도 중요하지만 늘 만나는 사람은 더 소중하다. 이웃은 행복의 터전이고 행복은 관계 속에서 자란다.

소중한 이웃인 청암, 솔향, 두보, 이화에게 감사한다. 다정한 이웃이 참 좋다. 오늘 저녁 번개 모임이 더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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