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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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현기 여가문화연구소장
  • 승인 2023.04.16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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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여는 창
김현기 여가문화연구소장
김현기 여가문화연구소장

 

봄이 되면 마당정원 예원은 바삐 돌아갑니다. 추위를 피해 유리 온실과 거실로 피신한 꽃들이 제자리로 돌아와야 하기 때문입니다.

예원에는 생각보다 많은 꽃이 화분에서 자리 잡고 살아갑니다. 커다란 화분부터 작은 화분까지 줄잡아 70여 종의 꽃들이 토분으로 만든 집에서 삽니다.

꽃 종류에 따라 3월에서 4월까지 밖으로 이사합니다.

나오자마자 원래 자리로 가는 것은 아닙니다. 먼저 유리 온실 옆으로 옮겨서 하나씩 생육상태를 살핍니다.

꽃이 자라서 화분이 작아진 것은 따로 분리합니다. 꽃의 크기에 맞는 새집을 만들어 주는 분갈이를 해야 합니다. 잘 자리지 못하는 꽃들은 화분 밖으로 꺼내서 원인을 찾습니다.

장배수가 잘 안 되어 뿌리가 썩었거나 추위를 이기지 못해 약해진 꽃도 이사시켜 주어야 합니다. 처음 예원의 가족이 되는 어린 꽃에도 새집이 필요합니다.

예원의 주인장 안젤라의 발걸음도 바빠집니다. 꽃에 맞는 화분을 사러 몇 번씩 꽃 시장을 오갑니다. 예원에서 함께 살아갈 새로운 꽃도 찾아야 합니다.

올해는 더 좋은 흙이 필요했는데 마침 근처 야산에서 좋은 마사가 나와 주문했습니다. 필요한 준비가 끝나고 본격적인 분갈이를 시작합니다. 분갈이해야 할 꽃에 적당한 화분을 찾습니다.

바닥에는 흙이 유실되지 않도록 그물망을 놓습니다. 그 위에 물 빠짐을 좋게 하려고 굵은 마사를 올립니다. 고운 마사와 상토가 혼합된 흙을 그 위에 채웁니다.

이전 화분에서 꽃을 꺼내야 합니다. 손과 모종삽을 이용해 조심스럽게 분리합니다.

보통은 뿌리가 칭칭 엉켜있습니다. 화분에는 흙보다 뿌리가 더 많습니다. 심하면 뿌리에 화분이 부서지기도 합니다.

꽃을 꺼낸 다음 엉킨 뿌리를 주먹으로 가볍게 두드리거나 손으로 흙과 분리해 줍니다. 가볍게 두드리며 꽃에게 새집으로 이사한다고 말해 줍니다. 이렇게 자극을 주어야 꽃도 놀라지 않고 이사할 준비를 한다고 합니다.

준비된 화분에 꽃을 옮기고 흙과 고운 마사를 적절하게 섞어 뿌리를 덮어 줍니다.

마지막에는 작은 마사 덩어리를 가장 위에 얇게 덮습니다. 수분이 쉽게 증발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이제 분갈이가 끝났습니다. 흙이 넘치지 않도록 조심해서 물을 충분히 주고 물이 빠질 때까지 기다립니다.

이사 준비를 모두 마친 꽃을 원래 자리로 옮겨 줍니다. 넉넉한 새 화분에 자리 잡은 꽃은 좋은 흙과 풍부한 영양분을 먹고 햇볕과 바람을 맞으며 자라나 아름다운 꽃을 피웁니다.

예원을 찾는 이웃들은 이런 꽃을 보고 감탄하며 위로받습니다.

꽃은 화분의 크기만큼 자라고 피어납니다. 더 자라고 더 아름다운 꽃을 보려면 분갈이로 화분 크기를 키워야 합니다.

우리 마음에 자라는 행복의 꽃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내 마음의 화분 크기만큼만 행복의 꽃이 피어납니다.

올 한해 더 큰 행복을 원한다면 먼저 마음의 분갈이로 마음 그릇을 키워야 합니다.

더 크고 더 넓고 더 따뜻해진 새 화분에서 더 찬란한 행복의 꽃이 자랍니다.

마음 분갈이로 행복을 키우는 멋지고 아름다운 4월 되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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