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을 닮은 사람
구름을 닮은 사람
  • 반지아 괴산 청안초 행정실장
  • 승인 2021.08.01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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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가는대로 붓 가는대로
반지아 괴산 청안초 행정실장
반지아 괴산 청안초 행정실장

 

현관문을 여는 동시에 나를 덮쳐오는 엄청난 더위에 밖에 나갈 엄두조차 나지 않는 요즘이다. 마치 햇살이 내 피부를 때리는 듯한 여름의 강력한 기세에 거리에도 놀이터에도 사람의 인적은 찾아보기 어렵다. 그러나 이런 잔혹한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아름다움을 마음껏 뽐내는 존재가 있다. 바로 하늘이다.

한동안 미세먼지로 어울리지 않는 노란색, 하얀색, 가끔은 검은색으로 물들었던 하늘이 요새는 그 본연의 색을 되찾은 듯 보인다. 하늘이 제 색을 찾아 파랗게 빛나니 덩달아 반짝반짝 빛나는 존재가 있으니 바로 구름이다. 동화책에서 나올법한 솜사탕 같은 구름이 뭉게뭉게 떠있는 모습을 보면 피로에 눌려 있던 마음이 정갈하게 펴지는 듯한 느낌이다.

하루는 방학을 맞아 한산해진 퇴근길에 운전하다가 푸른 하늘에 층층이 쌓여 있는 구름이 너무 아름다워 나도 모르게 육성으로 감탄했다. “세상에!” 그 어떤 인위적인 아름다움을 위한 노력이 없어도 구름은 그 모습 자체로 충분했다. 그렇기에 아무렇게나 흩어져 있는 구름조차 한 폭의 그림처럼 보인 것이다.

우리의 삶을 되돌아본다. 취업을 했으니 혹은 나이가 어느 정도 됐으니 명품 가방 하나쯤 있어야 하지 않냐는 말이 들린다. 하지만 나는 구름을 닮은 사람들을 안다. 그들은 굳이 누가 들어도 다 알 만한 몇백만 원, 혹은 몇천만 원 짜리 가방을 들고 다니지 않아도 빛이 난다. 마트에서 받은 에코백을 들고 다녀도 마음의 풍족함이 흘러넘쳐 그 사람들 곁에는 늘 사람이 북적거린다. 그 자체만으로도 아름다운 구름처럼 사람 자체가 명품이다. 그들은 더 아름답기 위해 더 뛰어나기 위해 무언가를 무리하게 걸치거나 들지 않으며, 불편함을 감수하면서까지 어떤 무리에 소속되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 그저 구름처럼,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대로 하루하루를 채워가며 삶을 이뤄간다.

나의 삶을 되돌아본다. 나는 과연 구름 같은 사람인가? 보이는 것에 집착하지 않고 보여주기 위해 아등바등하지 않기 위해 나 자신을 조용히 채워가고 있는지 생각해 본다. 아직 갈 길이 멀었다고 내 양심이 속삭인다.

나 자신을 아름답게 치장하고 아름다운 것을 소유하고 싶은 마음은 아마 모두에게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스스로 원해서, 그리고 행복해지기 위함이 아니라 세상이 만들어놓은 잣대에 맞추기 위해 누군가의 부러움을 사기 위해 만들어진 욕구라면 한 번쯤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다수가 불문율인 양 만들어 놓은 잣대를 거스르며 사는 삶이 쉽지는 않겠지만, 그만큼 그 잣대를 맞추기 위한 애씀이 어떤 결과물을 만들어낸 후 몰려올 허무함 또한 감당하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여섯 살인 우리 딸이 솜사탕을 먹다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엄마, 하늘에 떠있는 구름도 솜사탕처럼 알록달록하면 얼마나 예쁠까?”

아이의 순수한 생각에 잠시 가만히 서서 하늘을 보며 알록달록한 구름을 상상해보았다. 깨끗한 하얀색에 분홍이 스며들고, 노랑이 스며들고, 보라가 스며든 구름을 상상하니 그 또한 나쁘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하얀색의 구름이 그 색을 완전히 잃어버리지 않았을 때 다채로운 구름도 아름다울 것이다. 하얀색 구름의 모습이 생각나지 않을 정도의 원색의 분홍색 구름, 노란색 구름, 보라색 구름을 생각해 보라. 과연 아이의 말대로 예쁘기만 할까?

오늘도 끝이 안 보이는 하늘에 조물주가 아무렇게나 뿌려놓은 듯한 구름은 여전히 아름답다. 나라는 존재도 나의 삶도 구름을 닮아가길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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