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잎이 아니라면 향기라도 주시지
꽃잎이 아니라면 향기라도 주시지
  • 김성일 보은 아곡 은성교회 담임목사
  • 승인 2021.07.29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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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자의 목소리
김성일 보은 아곡 은성교회 담임목사
김성일 보은 아곡 은성교회 담임목사

 

폭염 속에 받았던 은혜로 길을 열어주는 시의 한 구절이 있었습니다. “꽃잎이 아니라면 향기라도 주시지~”

어쩌면 그렇게 제 맘을 잘 담아 시를 쓰셨는지 다시 한 번 씨를 쓰는 분들이 정말 대단하다고 느꼈었습니다.

저는 작은 시골교회 목사입니다. 엄청난 학력과 출중한 외모에 큰 키를 갖고 있지 않습니다. 사람을 단번에 사로잡는 언변도 능력도 없습니다. 부모님께서 물려주신 엄청난 유산으로 엄청난 재산의 소유자이고 싶지만 중고차 두 대만이 제 앞으로 되어 있는 유일한 재산입니다.

성자가 된 청소부처럼 착하고 의롭고 성실하며 진실 되고 변함없는 목사이고 싶은데 아직도 세상이 좋은 아직도 휘발유 성질이 살아있는 아직도 갈등하며 하루하루 참고 몸부림치며 사는 목사입니다. 그저 평범한 그러한 사람입니다.

그런데 그런데 말입니다.

하나님이 제게 주신 마음은 제가 생각해도 정말 대단한 마음들을 주셨습니다. 이해할 수 없는 그러한 마음들을 맡겨주신 교회도 잘 감당하지 못하면서 우리 지역 75 교회에 대한 마음과 우리 지역에 있는 다음 세대 아이들부터 노인들과 장애인까지 분수에 넘치도록 뜨거운 마음이 가득합니다.

이게 무슨 병이 아닐까 싶기도 할 정도로 제게 이 마음을 주셨다면 그렇다면 마음만 주시지 말고 차고 넘치는 물질이나 엄청난 재능이나 능력을 주시면 얼마나 좋을까요? 힘에 겨워하고 있을 때 이 시를 접했습니다.



잔디밭에서~~ 고훈

너무 작게 태어나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어

모아 본 정성이 당신 쉬어갈 자리가 되었습니다.

꽃잎이 아니라면 향기라도 주시지 밟혀서 살아가는 모진 목숨

앉았다 가시는 길 더럽혀서는 안 될 당신 옷자락을 위해

그러셨다면 그 크신 뜻은 나의 하늘이요 나의 땅입니다.

겸손으로 거듭나는 나의 여름 모두 다 아름다운 옷으로 갈아입는데

나는 단 한 벌 푸른 옷으로 나의 가슴을 당신께 드리겠습니다.



우와 그냥 꽃잎이 아니라면 향기라도 좀 주시지~ 내 속마음이었습니다. 주님 쓰시기에 편한 그릇이면 되는 것을 잔디처럼 혼자가 아니라 함께 하여 주님 머무시는 자리가 되면 되는 것을 어리석게도 교만하여 몰랐습니다.

잔디는 홀로는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는 존재입니다. 마당에 잔디 한 포기 아무 소용없고 무덤 위에 잔디 한 포기도 쓸데없으며 운동장에 잔디 한 포기는 풀과 다름이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세월을 지나 함께 하여 마당이 잔디로 덮인다면 무덤이 운동장이 공원이 잔디로 덮인다면 어느 누구 하나 두드러지는 이 없겠지만 그곳이 가장 아름다운 쉼과 휴식이 있는 행복한 잔디밭이 될 것입니다.

꽃잎과 향기를 운운할 때 주님은 제게 또 다른 잔디들을 만나게 하셨고 함께 함의 행복함을 누리게 하셨습니다. 풍성한 물질이나 재능이나 조건들에 투덜거리며 불평할 때 주님은 눈이 가려 못 보고 있는 제게 말씀하십니다.

“네 주변에 칠천 포기나 되는 잔디를 남겨놨다”라고 말이죠~^^

폭염으로 지쳐 힘겹지만 그럼에도 하나님 주신 은혜로 겸손하게 잔디처럼 그렇게 사는 하루가 되시기를 축복합니다.

“주여 그들이 주의 선지자들을 죽였으며 주의 제단들을 헐어 버렸고 나만 남았는데 내 목숨도 찾나이다. 하니 그에게 하신 대답이 무엇이냐 내가 나를 위하여 바알에게 무릎을 꿇지 아니한 사람 칠천 명을 남겨 두었다 하셨으니 그런즉 이와 같이 지금도 은혜로 택하심을 따라 남은 자가 있느니라.”(롬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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