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인척 채팅' 위장수사 9월 시행…어디까지 가능할까
'학생인척 채팅' 위장수사 9월 시행…어디까지 가능할까
  • 뉴시스 기자
  • 승인 2021.03.23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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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 아청법 공포…9월24일부터 시행
미성년 성범죄에 경찰 위장수사 허용

'범의' 입증 못하면 유죄 판결 어려워

경찰 "法 사전 허가 필요해 우려없다"

위장수사 전 범죄 의도 입증이 과제



경찰이 신분을 밝히지 않거나 가짜신분을 이용해 아동·청소년 디지털성범죄를 수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개정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이 9월말부터 시행된다.



이같은 '위장수사'는 단속이 어려운 온라인상 범죄를 효과적으로 단속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함정수사의 성격도 일부 지니고 있어 적법성에 대한 우려도 있다. 이에 대해 경찰은 수사 착수 절차 등이 법률로 통제되는 만큼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있다.



정부는 23일 개정 아청법을 공포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개정 아청법은 6개월이 경과한 9월24일부터 시행된다.



개정 아청법은 아동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이른바 '그루밍 성범죄'의 처벌규정을 마련하는 것과 관련 범죄를 경찰이 위장수사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특히 위장수사가 도입되면서 경찰은 온라인상에서 이뤄지는 아동·청소년 성범죄를 보다 적극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법률은 경찰이 가능한 위장수사를 ▲신분 위장 ▲위장 신분을 사용한 계약·거래 ▲성착취물 등의 소지·판매·광고로 규정하고 있다. 신분을 숨기거나 위장한 경찰이 온라인상에서 미성년자를 상대로 이뤄지는 성범죄나 불법 영상물 유통 등을 직접 단속할 수 있는 셈이다.



결과적으로 관련 범죄 혐의에 대한 증거 수집이 용이해지고, 장기적으로는 범죄 발생을 억제하는 효과도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위장수사가 자칫 과도한 함정수사로 확대되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걱정도 있다.



함정수사는 상대방의 범죄 의도가 있느냐 없느냐를 기준으로 '범의유발형'과 '기회제공형'으로 나뉜다. 이중 범죄 의사가 없는 자에게 범죄를 유도하는 범의유발형의 경우 불법수사이기 때문에 처벌할 수 없다는 게 대법원의 일관된 판단이다.



대법원은 지난 2005년 마약류 범죄 혐의 사건 상고심에서 "범의를 갖지 않은 사람에게 수사기관이 범행을 적극 권유해 범의를 유발하고 범죄를 행한 뒤 범행을 저지른 사람의 공소를 제기하는 것은 적법한 소추권의 행사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위장수사 역시 처음부터 피의자에게 범죄 의도가 있었다는 점을 입증하지 못하면 형사처벌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얘기다.



경찰은 이번에 도입되는 위장수사의 경우 범의유발형으로 분류될 소지 자체가 없다는 입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 위장수사는 함정수사가 아니다. 법률에서 아동청소년 성범죄로 한정해 절차와 방법 등 위장수사 조건을 모두 규정해 뒀기 때문에 범의유발에 해당할 수 없다"며 "조건을 갖췄는지 법원의 허가도 받아야하기 때문에 남용 우려가 억제된다"고 했다.



개정법은 경찰이 신분위장수사를 벌일 수 있는 조건을 '디지털성범죄를 계획 또는 실행하고 있거나 실행했다고 의심할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는 경우로 규정하고 있다.



수사팀이 자의적으로 판단하지 않도록 하는 통제 규정도 마련돼 있다. 신분비공개수사를 진행할 경우 상급 경찰관서의 승인을 받아야 하고, 신분위장수사를 하기 위해서는 검사의 청구와 법원의 허가가 필요하다. 긴급한 경우 사후 신청도 가능하지만, 결과적으로 법원 허가는 꼭 필요하다.



결국 검찰과 법원 모두 범죄 계획이나 의도가 있는 경우에만 위장수사를 허가하기 때문에, 적법성 논란이 불거질 여지가 적다는 것이 경찰의 설명이다.



이는 다시 말해 경찰이 수사 대상자의 범죄 의도를 어느 정도 입증하지 못하면 위장수사기법을 활용할 수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위장수사에 앞서 수사 대상자의 범죄 계획을 입증하는 것이 경찰에 주어진 과제인 셈이다.



경찰은 법이 시행되는 9월부터 일선에서 위장수사 기법을 사용하는 것을 목표로 하위법 정비와 조직을 준비 중이다.



경찰 국가수사본부(국수본) 사이버수사국장을 팀장으로 둔 태스크포스(TF)도 구성했고, 시민사회 등 논의를 거쳐 관련 시행령과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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