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대면부터 거칠게 치고받은 美·中…"불길한 시작"
첫 대면부터 거칠게 치고받은 美·中…"불길한 시작"
  • 뉴시스 기자
  • 승인 2021.03.21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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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美 알래스카서 미중 고위급 대면 회담 시작
美 "규칙기반 세계질서 위협" vs 中 "내정간섭·부당한 공격"

전문가들 "놀랍지 않아…솔직한 논의·마지노선 확인 중요"



미국과 중국이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출범 이후 첫 고위급 대면에서 시작부터 거칠게 치고받았다. 미국은 중국이 민감하게 여기는 사안을 모두 꺼내들며 세계 질서를 위협하고 있다고 비판했고, 중국은 미국이 내정에 간섭하며 부당하게 중국을 공격한다고 맞섰다.



미중 관계 재설정 기대 모았지만…첫 만남부터 충돌

미국의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중국의 양제츠 공산당 외교 담당 정치국원과 왕이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18일(현지시간) 부터 이틀 일정으로 미국 알래스카 앵커리지에서 고위급 회담을 시작했다.



이번 회담은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출범 이후 양측이 분쟁·협력 분야를 함께 돌아보며 관계 재설정을 도모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참석자들은 이날 얼굴을 마주하자마자 정면 충돌했다.



블링컨 장관은 중국이 홍콩, 대만, 신장 위구르 자치구 소수민족 등에 취한 조치와 미국에 대한 사이버 공격, 동맹들에 대한 경제적 강압을 일일이 거론하며 "이런 행동 하나하나가 세계 안정을 유지하는 규칙 기반 질서를 위협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미국이 동맹·파트너들과 힘을 합쳐 정치 경제적 압력을 통해 권위주의를 전파하려는 중국의 시도에 맞설 것임을 재차 강조했다.



양 국원은 미국이 '냉전식 사고방식'을 버리지 못한다고 비판하면서 미국이야말로 군사 경제적 영향력을 활용해 다른 국가를 억압하며 중국에 대한 공격을 선동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이 내부 불화도 해소하지 못하면서 인권을 운운하며 중국을 비판하는 것은 위선적이라고 지적했다. 또 세계 곳곳에서 군사력을 동원해 불안을 조성하는 미국과 달리 중국은 평화적 발전의 길을 고수해 왔다고 강조했다.



애초 양측은 각각 언론 앞에서 2분 동안 모두 발언을 하기로 사전 약속했지만 분위기가 과열되면서 공방전이 1시간 넘게 이어졌다. 양 국원은 15분 넘게 발언을 이어가며 미국의 주장을 비판했고, 블링컨 장관은 이후 철수하려는 취재진을 붙잡고 반박했다.



무너진 관계 개선 가능할까…"솔직한 논의 중요"

미국 CNN방송은 "관계의 새로운 시대를 불길하게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이 매체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임기 마지막 해 거의 완전히 무너져버린 양국 관계가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을 거란 어느정도의 낙관론이 있었다"면서 "양쪽 모두 타협의 여지가 작다는 점을 시사하며 실질적 진전 가능성을 낮췄다"고 분석했다.



미국과 중국은 회담 분위기가 얼어붙은 데 대해 상대방에게 책임을 돌렸다. 중국 외교부는 미국이 알래스카까지 온 중국 대표단을 '냉대했다'고 비판했고, 미국 측 관계자는 중국이 외교의례를 어기며 극적인 상황을 연출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미국 싱크탱크 미국기업연구소(AEI)의 엘리자베스 브라우 연구원은 양 국원의 발언에 관해 "중국 정부는 오랫동안 자리잡힌 기준을 고수할 필요가 없다고 보는 게 분명하다"며 "매우 위험한 일"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에 말했다.



중국 국영 CCTV는 "중국은 양측이 사전 합의한 절차와 방식에 따라 대화할 준비가 됐다"면서 "미국 측이 모두 발언에서 시간을 심하게 초과했고 중국의 대내외 정책을 불합리하게 공격하며 분쟁을 유발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국방부 부차관보를 지낸 하이노 클링크 아시아정책연구소(NBR) 수석 고문은 CNBC와의 인터뷰에서 미중 회담 공방전에 관해 "현재까진 솔직히 놀랍지도 않다"며 "고위 지도자들이 만나 솔직한 논의를 하고 각국의 의도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성현 세종연구소 중국연구센터장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알래스카 회의는 성공하지 못할 것이지만 중요하다"며 "양측 모두 완전히 만족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에 성공하지 못하겠지만 양측이 서로의 마지노선을 확인하는 자리이므로 중요하다. 앞으로 나올 결과가 '느슨한 냉전' 시대의 분위기를 설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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