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중에서 보내는 효 편지
옥중에서 보내는 효 편지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06.13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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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철스님, 길, 누군가와 함께라면 출간
"나에게 남은 것은 푸른 수의 한 벌과 고무신 한켤레, 그리고 이름 대신에 받은 새 이름표 수 번, 밥그릇, 국그릇, 반찬 두 가지 담을 찬그릇과 플라스틱, 젓가락뿐이었습니다. 불쌍한 내 자식, 엄마가 대신 해 줄 수 있는 일이라면 벌써 해줬을 텐데 가슴이 아프구나. 이 엄마는 방에 누워 있는 것만으로도 죄스럽구나.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너에게 침을 뱉고 욕을 한다 해도 엄마는 너를 감싸 안을 것이고 모든 것을 이해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사랑한다 아들아" (길 누군가와 함께라면 中에서)

한 평 남짓한 공간에서 참회의 눈물을 흘리며 생활하는 재소자들의 파란만장한 인생사를 엿볼 수 있는 책이 출간됐다.

'길, 누군가와 함께라면'(혜철스님 엮음·1만2000원·247쪽)은 '부모는 눈에 보이는 부처요, 가족은 보석과 같은 희망이다'는 법어를 10여년 교화위원으로 활동하며 재소자들에게 희망의 씨앗을 전해온 태고종 옥천 대성사 주지 혜철스님이 지난해 전국 교도소 재소자들을 대상으로 '효(孝) 문학작품' 공모를 통해 선정한 30편의 수기작품을 엮은 책이다.

지난 1999년부터 청주교도소와 청주여자교도소를 방문하고 있는 혜철 스님은 재소자들을 만나면서 그들이 누구보다 부모를 그리워하고 '불효자'라는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괴로워하고 있음을 알고 지난해 말 처음으로 전국 51개 구치소에 수감중인 수형자를 대상으로 '효 편지' 공모전을 열게 됐다고 한다.

혜철 스님은 "아무리 나쁜 짓을 저지른 중죄인도 부모 얘기를 하면 눈물을 흘리며 참회하는 법이다"며 "재소자들이 개과천선 즉 선의 길로 접어들게 하는 묘약은 '효'밖에 없다"고 말했다. 혜철 스님은 이어 "1남 1녀의 가장으로 36세라는 비교적 늦은 나이에 출가한 나도 부모에게 사람 도리를 못한 자책감을 갖고 살았다"며"고교 3학년이던 아들이 불쑥 출가하겠다고 말하던 당시 비로소 어머니의 마음이 어땠을지 상상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출가하던 날 어머니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 혜철스님의 가슴 쓰린 애절함과 재소자들의 참회의 눈물을 독자들은 책 장을 넘기며 미약하나마 느낄 수 있다%김금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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