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얄미운 외국은행 지점들…"
한은 "얄미운 외국은행 지점들…"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03.01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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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틈 생기면 달러 들여와 채권 투자… 금리인상 정책 방해
외국은행 국내지점(이하 외은지점)이 통화정책 당국인 한국은행의 골칫거리로 부상했다.

우수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외환시장에서 빈틈이 생길때마다 달러를 들여와 채권에 투자하는 영악한 금리재정거래를 적극적으로 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외은지점의 이같은 거래는 시장금리를 떨어뜨려 한은의 금리인상정책 효과를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

 왜소한 외은지점이 채권시장에선 지배자

한국은행의 이같은 인식은 지난달 27일 공개된 1월 금통위 의사록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한 금통위원은 "수출기업의 선물환 매도로 촉발된 금리재정 거래가 단기외채의 증가, 시장금리 하락으로 이어지고 이에 따라 통화정책의 유효성이 저하되는 것은 물론 급속한 환율하락의 부작용 유발한다"며 "금리재정거래가 지속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대규모 선물환 매도로 선물환율과 현물환율의 격차가 커질 경우 외국에서 달러를 들여와 국내 시장에서 현물환율로 팔고 동시에 일정시점 이후의 선물환을 매수하면 싼 값에 외화를 확보하는 효과가 있다. 비록 내외금리 역전으로 국내 금리가 미국 금리보다 낮아도 현물환을 팔고 선물환을 사서 생긴 환차익이 금리차이보다 크면 아무런 위험부담 없는 재정거래가 가능해진다.

실제로 지난해의 경우 국내 금리가 미국 금리보다 낮았음에도 불구하고 외은지점을 중심으로 대규모 단기 외화자금이 유입돼 국내채권 매입자금이나 기업대출 자금으로 활용됐다. 자산규모가 국내은행의 10분의 1도 되지 않는 외은지점의 국내 채권 매수규모는 국민연금의 12조원, 삼성생명·대한생명 등 국내 모든 생보사의 국내 유가증권 순매수 규모 11조원 보다 많았다. 눈에도 띄지 않던 세력이 갑자기 국내 채권시장의 지배자로 등장한 셈이다.

 외은지점 외화차입자금 채권시장에 풀리며 금리하락

외은 지점의 이같은 시장장악력은 글로벌 뱅크 자회사로서의 갖는 자금조달능력에서 나온다. 국내기관은 신용도에서 글로벌 은행에 떨어지고 금리도 시장금리로 조달해야한다. 그러나 외은 지점은 본점에서 낮은 내부금리로 가져오면 그만이다.

외은지점들은 리보(Libor)보다도 낮은 금리로 본점 또는 다른 지점에서 약 10조원 가량을 들여왔고, 본지점 차입 한도가 차자 일반 외화차입금으로 2조6000억원, 일부 외은지점이 외화콜 자금으로 또 9조6000억원을 추가로 들여왔다.

지난해 외은지점을 비롯한 예금은행들이 단기(1년미만)로 끌어들인 외화차입 규모는 무려 407억달러에 달한다. 지난 2005년 57억달러에서 무려 7배 가량 급증한 것이다. 이처럼 막대한 단기 외화차입 자금이 채권시장에 풀리자 금리가 오를 리 만무였다. 심지어 한국은행이 콜금리를 인상하면 오히려 금리가 하락하는 현상이 지난해 2, 6, 8월 예외없이 나타났다.

이에 대해 금통위 뿐만 아니라 한은 집행부에서도 적지 않은 경계심을 드러냈다. 대형 수출기업과 국제투자은행, 외신 등과의 잦은 접촉을 통해 원화가 지나치게 고평가 됐음을 강조하고, 금리재정거래를 통한 내외국인의 해외차입규모나 파생상품 거래, 유가증권 투자 동향 등을 주의깊게 모니터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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