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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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02.26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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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병(火病)
김 경 태 원장 <아올한의원>

화병(火病)은 우리나라 여성들에게 많이 발생하는 특이한 질환이다. 주로 여성에게 나타나며 강한 스트레스를 적절하게 해소하지 못하고 참고 인내하는 데서 오는 가슴이 답답한 증세를 말한다. 미국 정신과협회에서는 화병을 한국인에게만 나타나는 특이한 현상으로 명칭을 한국어 그대로 'hwapyung'으로 쓰고 있다. 오래 전부터 한방에서 인식해온 칠정상(七情傷)과 유사하며, 현대 정신과와 비교하면 우울증과 상통하는 부분이 상당히 많다.

예전에는 주로 40~50대 주부들에게서 많이 보이던 화병 환자의 대상이 이젠 어린 초등학생이 학업과 시험에 대한 부담으로 가슴 답답증 및 두통을 호소하며 한의원을 찾는가 하면, 건장한 젊은 청년이 취업난으로 고민하다가 얼굴에 열이 올라오는 상기증을 호소하며 한의원을 방문하기도 하고, 정년퇴직 후 집안에 계시던 노인분이 불면증을 호소하며 한의원을 방문하기도 한다. 공통된 원인은 '스트레스'다. 물론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살아갈 수는 없다. 그러나 스트레스를 잘 해결하지 못하고 받기만 하면, 이러한 스트레스가 계속해서 쌓이게 되고, 이 경우를 한의학에서는 기운이 쌓여 기울체(氣鬱滯)로 표현한다. 이렇게 쌓인 기운은 시간이 지남에 점점 열로 바뀌며, 우리가 일상용어로도 흔히 사용하는 울화(鬱火)로 변하게 된다.

증상으로는 두통, 소화장애, 수면장애, 피로감 등 일반적인 신경증적 장애 외에도 열기, 치밀어 오름, 목 가슴의 덩어리, 달아오름, 갈증 등 소위 화(火)의 개념에 해당하는 증상들이 많으며, 우울·불안 등 심리적 증상들도 경험하게 된다. 참는 것이 미덕인 한국인들의 질병인 화병, 그러나 그 화병마저 참아야 한다는 것은 매우 잘못된 생각이다. 우리나라 중풍환자 중 28.5%가 화병과 연관되어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고혈압 다음이며, 당뇨나 심장질환보다도 높은 연관성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화병의 심각성에 대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의학에서는 이런 화병을 치료하기 위해 침구, 약물, 기공 등 여러 가지 요법들을 사용하고 있다. 가슴의 울체된 것을 풀어주는 침구요법과 처방을 쓰는데 수회의 침치료로도 많은 환자들이 호전을 보인다. 가장 좋은 치료법은 주변 사람들과의 진실한 대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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