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문화에 빠진 일본인 며느리들
설 문화에 빠진 일본인 며느리들
  • 김금란 기자
  • 승인 2007.02.16 09: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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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바야시준꼬씨 등 5명 한자리 모여 담소 나눠
낯설고 물 설은 청주에서 명절을 맞이하는 이주 여성 5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고바야시준꼬, 우에하라, 미나미가즈니, 요시무라게이꼬, 마즈무라하나꼬. 여느 한국 주부처럼 설날을 기대 반 두려움 반으로 고대하고 있는 이들은 모국인 일본을 떠나 청주에 정착해 살고 있다.

명절을 앞둔 이들은 일본과 달리 고속도로가 꽉 막히는 힘든 귀경길을 감수하고 고향에서 명절을 보내려는 한국인의 모습이 신기하다고 말한다.

이들중 한국생활 9년차로 고참주부인 고바야시준꼬씨(50·청주 가경동)는 "시어머니가 살고 있는 청원군 현도면으로 차례를 지내러 가야 한다"며 "맏며느리로 해야 할 일이 많지만 온 가족이 모여 조상을 모시는 풍습은 너무 감동적이다"고 말했다. 고바야시준꼬씨는 또 "일본의 경우 살아있는 사람이 즐거워야 한다는 생각이 많아 조상을 생각하는 의미있는 한국 명절이 기다려진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설을 보낸다는 우에하라씨는 "친정인 일본 오끼나와에서는 한국과 비슷하게 음력 1월 1일 손님을 초대해 음식을 대접한다"며 "손님들이 각자 음식을 가져 오기 때문에 여자들이 힘들게 음식준비를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미나미가즈니씨는 "고향이 뭐가 그리 중요한가 생각한 적이 있었다"며 "명절 날 남편 고향인 진천을 찾을 때면 이름도 모르는 친척들이 손을 잡고 반갑게 맞아주는 걸 보고 '이게 고향이구나' 어렴풋 느끼게 됐다"고 설명한다.

명절음식을 만들기 위해 재래시장을 찾아 제수용품을 고르는 재미에 설이 기다려진다는 요시무라게이꼬씨와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세뱃돈을 건네는 모습이 마냥 신기하다는 마즈무라하나꼬씨.

명절이 아이들만 설레고 기다려지는 것은 아닌가보다. 낯선 땅에서 웃음꽃을 피워내며 명절을 기다리는 이들의 마음도 고향을 향해 달려가는 귀성객의 마음과 크게 다를게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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