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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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01.11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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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지만 소중한 것들
최 동 식 <당진교육장>

오랫동안 교직에 몸담아 오면서도 막상 "교육이 무엇입니까"하는 질문을 받으면 만족스런 대답을 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교육은 곧 인간교육이고 전인교육이고, 또한 인간다움을 키워 주는 일입니다", "편견과 선입견으로부터 자유로워서 사물을 객관적으로 공정하게 바라볼 수 있는 인간(자유인)을 기르는 일이 학교교육의 핵심입니다."

원론에 입각해서 진술하든 수사를 동원하여 설명하든 설득력을 얻기가 어려움은 매한가지다. 차라리 유행어처럼 '빡세게' 공부시켜서 입시지옥의 경쟁을 뚫고 일류대학에 보다 많은 학생들을 입학시키는 것이 학교교육의 지상과제라고 말하면 오히려 구체성도 보이고 피부에 와 닿을 만한 느낌도 있을 것 같다. 왜냐하면 신자유주의가 지배하는 세계화 시대에서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모든 학부모들을 지배하는 판국이니 생존경쟁 외에 대안이 없어 보이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용주의는 매우 중요한 사상이지만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학교교육을 지배할 만큼의 가치가 있는 사상은 아니다. 오히려 실용주의와 유용성에 사로잡히면 교육다운 교육을 상실할 위험이 크다. 수업시간에 교실이 소란하고 학교폭력과 집단따돌림 등 잔인한 행태들이 그치지 않으며, 아이들의 뻔뻔스런 태도를 바로잡을 방도가 없어 애를 태우고 있는 현실은 어디에 그 원인이 있겠는가.

교육에 있어서의 중요한 가치가 무시된 채 그저 내신 성적을 높이는데 도움이 되거나 입시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온갖 수단들을 동원할 수 있어야만 비로소 지혜롭고 현명한 사람으로 간주된다면 이미 학교교육은 죽어있는 상태나 다름없을 터이다. 결코 실용적인 가치를 도외시해도 괜찮다는 주장을 펴려는 것이 아니다. 적어도 교육의 기초와 본질을 튼튼하게 세우고 그 바탕 위에서 유용성을 추구할 수 있어야 유능한 개인인 동시에 인간다움을 갖춘 시민을 양성할 수 있음을 강조하고 싶을 뿐이다.

아동을 교육하는 일은 작아 보이는 일이지만 소중한 것일 경우가 허다하다. 어느 사회단체에서 마련한 학생 시상식에 가 보았더니 외투를 입고 상 받으러 나오는 학생들이 대부분이었다. 실내가 비록 추웠다 할지라도 아이들을 사전에 지도했어야 옳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을 느꼈다. 약속을 반드시 지키고 휴지는 절대로 함부로 버리지 않으며, 어른께는 물론이고 습관처럼 인사하고 미소 짓고 상냥하게 말하는 태도를 훈련하는 일이야말로 우리 학교교육이 반드시 챙겨야 할 '작지만 중요한' 교육영역이 아닐까 생각한다.

어린시절의 경험은 매우 중요하다. 체험학습하고 외국여행까지 즐기면서 새로운 풍물을 익히고, 상상력도 발휘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지만, 예의바르고 단정한 몸가짐을 갖도록 버릇을 바로 갖게 하는 일은 그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말할 수 있다. 이러한 일은 학교와 함께 가정에서 어릴적부터 지도해야 하는 일일 것이다.

자녀를 둘은 고사하고 하나 두기도 어려운 시대이다보니 과잉보호가 지나쳐서 교육상 어려움이 많은 것 같아 안타깝기 짝이 없다. 과잉보호가 학부모들의 지나친 교사비난이나, 학교공격으로 나타나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할 줄 안다. 어린이들에게는 자상하고 친절한 가르침과 함께 엄격한 생활예절 훈련이 반드시 수반되어야 한다.

어린시절 성장과정에서 일어나는 과오는 평생을 두고도 수정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가정과 학교에서의 교육이 확고한 인간학적인 그리고 교육학적인 원론에 입각하여 수행되어야 하는 것이다. 새해에는 우리의 사랑스런 어린이들이 어려서뿐만 아니라 어른이 되어서도 칭송받을 수 있는 바람직한 바탕교육이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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