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식 6일째 이석태 세월호특조위원장 "새누리만 빼고 다 찾아와"
단식 6일째 이석태 세월호특조위원장 "새누리만 빼고 다 찾아와"
  • 뉴시스 기자
  • 승인 2016.08.0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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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조위 활동 이제 막 궤도 올라…반년 이상 보장해야"
"정부 예산 지급 중단에 국민 도움 받으려 농성 시작"
이 위원장 2일까지 단식, 권영빈 소위원장이 뒤이어
"단식농성은 위원장이 아닌 세월호특조위가 하는 것"

"세월호 참사를 생각하면 더위는 문제가 안 됩니다.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세월호특조위) 활동이 보장되려면 국회와 국민이 도와줘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광화문에 나왔습니다."

진상조사 활동 보장을 호소하며 이석태 세월호특조위원장이 단식농성에 돌입한 지 일주일째를 앞두고 있다. 단식 6일 차인 1일 30도를 웃도는 폭염 속 서울 도심 한복판 광화문광장 이순신동상 앞에 자리잡은 이 위원장을 만났다.

가로 4m, 세로 2m 남짓 되는 농성장에 앉은 이 위원장은 선풍기 한 대와 손부채 하나로 더위를 이겨내고 있었다. 등 뒤로 광장 분수의 시원한 물줄기가 솟아올랐지만 폭염을 쫓아내기엔 역부족이었다. 흰색 반소매 셔츠차림으로 평상에 앉은 이 위원장 머리 위엔 '세월호 특조위 단식농성 총 6일 차' 현수막이 걸려있었다.

서울의 낮 최고기온이 32도를 기록한 이날에도 이 위원장은 힘든 기색을 내비치지 않으며 웃는 얼굴로 손님들을 맞았다. 힘들지 않으냐는 질문에 그는 "보다시피 양호하다. 세월호참사를 생각하면 더위는 문제가 안 된다"며 호탕하게 웃었다.

"손님이 계속 찾아오다 보니 접대하느라 하루가 다 갑니다. 책을 몇 권 가져왔지만 손도 못 대고 있어요."

이 위원장은 농성장에 나무로 만든 탁자를 가져왔다. 그 옆엔 '인간을 위한 정치' 등 책 두 권과 녹색 손부채를 포개놨다. 책에는 손때가 묻어있지 않았다. 이 위원장은 "끊임없이 찾아오는 정계, 시민사회계 인사들을 맞다 보니 책 펼 시간도 없다"고 설명했다.

이날 오전에도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와 추미애 의원이 다녀갔다. 이틀전인 지난 30일에는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가 농성장을 찾았다. 이 위원장은 "모든 정당에서 농성장에 찾아왔다. 새누리당만 빼고…"라며 웃었다.

"지난달 1일부터 세월호특조위 예산이 중단됐어요. 예산도 부족하고 조사 활동도 제대로 되지 않으니 국회와 국민의 도움을 받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농성을 시작하게 됐죠."

이 위원장은 지난달 27일 광화문광장에 가부좌를 틀었다. 지난해 5월 세월호특조위 조사범위 축소 등을 담은 시행령을 저지하기 위해 단식농성을 벌인 지 1년3개월 만이다.

정부와 세월호특조위는 조사기간을 두고 의견 차이를 보이며 갈등 중이다.

세월호특별법에 따른 세월호특조위 활동기간은 특조위 구성으로부터 1년6개월간이다. 정부는 특별법이 시행된 지난해 1월1일을 특조위 출범일로 판단, 특조위 활동을 지난 6월30일자로 종료시켰다.

반면 세월호특조위는 위원회 인적·물적 기반이 마련된 지난해 8월4일이 실질적인 구성 시기이므로 내년 2월3일까지 조사활동을 보장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안에 따르면 세월호특조위는 9월30일 활동보고서 제출을 끝으로 해산하게 된다. 보고서 작성을 위해 9월까지 예산이 지급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정부는 "보고서 작성이 아닌 조사활동 업무를 볼 경우 예산을 내릴 수 없다"며 지급을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세월호특조위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달 1일부터 현재까지 지급된 예산은 0원이다.

현재 세월호특조위는 복사비 용지 구입비조차 부족한 상황. 직원들이 십시일반해 사무용품을 구매하자는 의견까지 나온 상태다. 그사이 직원들도 떠나 현재 정부 파견직 공무원을 포함, 70여명이 남아 있다.

"세월호특조위 활동은 이제 막 궤도에 오른 상태입니다. 전체 목표치로 보면 약 30% 정도 남았다고 할 수 있어요."

이 위원장은 세월호특조위 진상규명 활동이 이제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했다고 설명한다. 1여 년 동안 조사관들이 진행해온 활동이 수면 위로 올라오는 상태다. 이 작업을 마무리하려면 최소 반년 이상 걸린다는 게 이 위원장의 설명이다.

9월1일 3차 청문회도 앞두고 있지만 이마저도 불투명한 실정이다. 이 위원장은 "오늘 오전에도 청문회 관련 회의를 했지만 외부 문제로 준비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예산 지급도 안 되고 증인참석 문제도 있다"며 답답해했다.

"정상적인 활동을 보장해달라며 목소리 내느라 허비한 시간이 많습니다. 지금도 농성을 하느라 조사활동에 차질을 빚고 있지 않습니까."

이 위원장을 비롯한 세월호특조위는 정부에 진상조사 활동기간 보장을 호소하고 있다. 이 위원장은 "지금까지 만 1년을 활동했지만 정상적인 세월호특조위 활동을 요구하기 위해 밖으로 나온 시간만 수개월이 된다"며 "이 시간만큼 활동기간이 연장되도록 국회에 요청해야 할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세월호특조위를 바라보는 부정적인 여론도 존재하는 게 현실. 지난달 30일 광화문광장 맞은편에선 월드피스자유연합이 이 위원장의 단식농성 중단을 주장하며 1인 시위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 위원장은 "반대 여론이 있다는 건 오히려 기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민주사회에는 다양한 의견이 있어야 한다. 단식농성에 반대하는 의견이 있다는 건 우리사회가 그만큼 발전했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위원장은 오는 2일을 끝으로 단식농성을 종료한다. 그 자리는 권영빈 세월호특조위 진상규명 소위원장이 이어갈 예정이다.

"단식농성은 '위원장'이 하는 게 아니라 '세월호특조위'가 하는 겁니다. 직원들도 한마음으로 동참하고 있어요. 세월호특조위 조사활동을 보장받을 수 있을 때까지 농성은 계속될 겁니다."

이날 오전 뙤약볕으로 달아오른 광화문광장 아스팔트 위에는 시민과 관광객 20여명이 세월호 기념관을 둘러보고 있었다. 그 가운데로 농성장을 향하는 정치·사회·종교계 인사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인터뷰를 마친 직후에도 이 위원장은 금세 16명의 사제들에 둘러싸였다. 손님들에게 인사하는 이 위원장 오른손 팔목에는 세월호참사를 상징하는 노란 팔찌가 걸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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